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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철의 글로벌워치] 영토합병 VS 나토가입...히든카드를 꺼냈다

기사입력 : 2022년10월01일 01:17

최종수정 : 2022년10월01일 01:17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신속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일부 점령한 4개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병합한 데 대해 맞불을 놓은 것이지만 양측의 '히든(숨겼던) 카드'를 꺼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젤렌스키, 나토 신속 가입 추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렘에 게시한 동영상을 통해 "우리는 나토 신속 가입 요청서에 서명하면서 매우 중요한 단계를 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와 내각, 의회 의장등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나토 신속 가입 서명하고 이를 발표하는 동안 곁에 서서 이를 지켜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밖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다른 러시아와 대통령을 상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일부 점령지를 강제 병합한 푸틴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그와는 직접 협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푸틴, 우크라 점령지 병합 선언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의 병합을 공식 선언하고 병합 조약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병합 기념식에서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4곳의 새로운 지역이 생겼다"며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지역, 자포리자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영원히 우리 동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4개 지역은 지난 23~27일 러시아와 현지 친러 행정 조직이 주도한 주민 투표가 실시됐고, 지역별 87~99%의 찬성률로 러시아와의 병합을 결정했다.

이들 지역의 공식 병합을 선언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일본에 두 차례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례를 남겼다"면서 "서방 세계는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푸틴은 지난 9월 21일에도 러시아가 영토 보존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어 이날의 발언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토 가입 VS 영토 합병...주고 받기?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내건 명분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번째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거나 서방이 러시아 접경으로 군사 기지를 확장하는 이른바 '동진 정책'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 안보를 위협하는 처사이고, 과거 냉전 종식 당시 양측의 합의에 위반된다는 주장이었다. 두번째가 우크라이나 내 친러 주민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다수 거주하는 돈바스 지역 등의 해방이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신속 가입 신청서에 서명하고 이를 들어보이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푸틴 대통령은 이날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지역, 자포리자 지역에 대한 병합을 선언하면서 자신의 영토 야욕을 채운 셈이다. 이들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편입함으로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또는 잠재적으로 서방과의 완충지대를 확보하는 효과도 거뒀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및 국제사회는 이같은 점령지 강제 병합은 불법이며 정당성이 없는 행위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진통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영토 보전'을 내세워 핵무기 사용까지 불사하고 있어서 이들 지역을 물리적으로 되찾기는 어려워진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를 틈타 나토 가입 카드를 다시 꺼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일찌감치 나토 가입을 열망했다. 하지만 나토는 이를 주저하고 사실상 거부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도발로 간주하겠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실제 침공까지 감행하자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지난 4월 군사 동맹인 나토가 아닌 유럽연합(EU) 신속 가입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러시아도 당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아나 점령지 병합을 강행하자, 우크라이나도 나토 가입이라는 자신의 숙원을 풀기위해 신속히 움직인 것이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유엔 헌장 51조에서 인정한 독자적, 집단적 방위권을 행사하여 나토 각 회원국들은 집단적 또는 독자적으로 공격받는 국가를 상호원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른바 집단방위 조항이다. 

어찌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날 자신들이 가장 원했던 카드를 솔직히 공개한 셈이다. 이를 지렛대 삼아 양측의 협상이 실마리가 찾아질 수도 있다. 물론 양측이 처한 상황은 당분간 완전한 종전 협상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만 전쟁을 현상황에서 멈출 명분은 생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푸틴 대통령을 제외한다는 전제를 내걸었지만 러시아와의 협상과 대화에는 열려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점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kckim1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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