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7년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발표
사걱세 "기초학력 보장 방안 제대로 논의해야"
교육청 "진단 정확도 높일 수 있을 것…AI 지원은 우려"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 대상 확대 계획을 두고 교육계가 양분됐다. 교원단체는 사실상 강제라는 입장인 반면 교육당국은 평가 목적이 우수 학생의 선발이 아닌 '진단의 정확성 향상'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다만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지원 계획에 대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교육부는 2023년~2027년까지 향후 5년간의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기초학력 진단 보정 시스템을 2024년부터 초1~고2까지 확대하고 컴퓨터 기반으로 개편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의 응시대상을 2024년까지 초3~고2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2.10.11 yooksa@newspim.com |
논란의 핵심은 학업성취도 평가가 자율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상 강제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희망하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교육감 성향에 따라 강제적으로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이 치른 학업성취도 점수 공개가 원칙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학교별로 추론할 수 있어 과거와 같이 '학교 줄세우기'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언급하면서 일제고사 부활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정부는 희망학교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몇몇 시도교육청에서 전수평가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자율이란 이름은 허울만 남아있을 뿐"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대통령 발언에서는 '원하는 학교'와 '전수평가'가 함께 구사돼 자율성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통령은 전수평가에 강조점을 둔 듯하다"며 "대통령의 신호와 결합하면서 '자율평가'는 '강제평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라는 말에 가려 아이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할 구체적인 방안의 실효성을 따져보고 보완할 것은 없는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교육부는 일제고사나 전수조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일제고사나 전수평가를 부활하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는 원하는 학교를 기반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올해 첫 고등학교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3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2022.03.24 photo@newspim.com |
올해 말까지 내년도 기초학력 보장 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평가 대상 확대 방침이 기초학력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컴퓨터 적응형 평가(CAT)로 전환하는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로 수준별로 학력 진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잘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학습이 어려운 학생을 진단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자율이 아닌 강제화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동일한 시험을 동일한 날짜에 시행하지 않을뿐이지 이미 학습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찾아내는 과정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청 차원에서 각 학교별 결과를 비교하거나 학교 내에서 학급별로 진단 결과를 전혀 비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줄세우기' 비판을 받으면서 폐지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는 중3·고2 전체 3%를 대상으로 표집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바 있다.
한편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지원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도 우려하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AI 기반 학습진단체계를 활용해 개인별 수준에 따른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AI 진단을 통해 맞춤형 학습을 한다고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교사가 없으면 학습 집중도가 낮다"며 "AI가 도구로 쓰일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실질적으로 교사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ona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