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27일(현지시각) '자이언트 스텝'을 취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일단 물가부터 잡기로 한 미국의 행보를 따른 뒤 상황을 봐가면서 다음 행보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ECB가 27일 회의에서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 75bp(1bp=0.01%p)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ECB는 지난 7월 11년 만에 '빅스텝(50bp 인상)'을 취했고, 9월에는 '자이언트 스탭(75bp)'을 단행하며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상에 나섰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1.25%까지 오른 상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유로존(유로화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9.9%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유지하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달 말 유럽의회 위원회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금리 인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스텐 브르제스키 ING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회의에서 75bp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이라면서 "ECB는 침체 위험은 일단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점차 수세에 몰린 러시아의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도 지속되면서 유로존 경제 전망은 날로 흐려지고 있다.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는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완전히 차단해버리면 유로존 경제는 내년 1% 가까운 위축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미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경우 내년 마이너스 0.4% 성장이 예고된 상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1.12.02 mj72284@newspim.com |
물가 잡기가 시급하긴 하지만 이처럼 침체 임박 경고음이 커지면서 ECB 역시 긴축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는 ECB 금리 인상이 성급했다고 비난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일부 수요 붕괴가 필요하다는 통화정책 결정자들의 설명이 우려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라가르드 총재가 이번 회의에서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주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가 추가 인상이 필요하긴 하나 추후 경제 지표와 12월에 나올 경제 전망치를 살펴야 한다며 모호한 가이던스를 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 등은 또 이번 회의에서 ECB가 2조1000억유로 규모의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에 따른 유동성 공급과 관련한 조건을 변경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동시에 ECB는 통화긴축의 일환으로 5조유로에 달하는 채권 매각 가능성을 논의할 수도 있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 등으로 인해 ECB가 양적긴축(QT)에 섣불리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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