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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고독사에 탈북민들 '눈물'…"지역 밀착형 관리해야"

기사입력 : 2022년10월27일 17:31

최종수정 : 2022년10월27일 17:31

양천구 한 임대아파트서 사망 1년 만에 발견
탈북민들 "외딴섬에 혼자 사는 느낌"
탈북민 주관부처 통일부·복지부 이원화로 관리 누락

[서울=뉴스핌] 신정인 인턴기자 =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던 북한 이탈주민 여성 김모(49)씨가 사망한 뒤 백골에 가까운 상태로 발견된 소식이 전해지자 탈북민들은 "남 일 같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보건복지부에서 김씨의 고독사 위기 징후를 포착했음에도 사고를 막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9일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김씨는 백골에 가까운 상태로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사망 후 1년 이상 방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남북하나재단에서 탈북민 대상 전문상담사로 일하던 김씨는 지난 2017년 일을 그만뒀다. 2019년에는 탈북민 신변 보호가 종료됐으며 2020년 말부터 약 2년간 임대료와 관리비가 연체됐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지난 19일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김모씨가 살던 양천구의 한 임대아파트 현관 앞. 등기 우편 쪽지가 여섯 장 붙어있으며 그 중 네 장은 색이 바래 글씨를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 2022.10.27 allpass@newspim.com

지난 25일 뉴스핌이 김씨가 거주했던 아파트에 가보니, 자택 문 앞엔 등기를 확인하라는 우편 쪽지가 여섯 장 붙어있었다.

김씨는 주민들과 단절된 채 생활한 것으로 추정된다. 입주민들과 단지 내 상가 관계자들은 김씨에 대해 대부분 잘 모르고 있었다. 김씨와 같은 층에 사는 A씨는 "내성적이고 말이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그간 이상한 냄새가 나긴 했는데 그냥 안 치워서 그런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망 소식에 탈북민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탈북 4년 차인 이모(46) 씨는 "남 일 같지 않다"며 "1년 동안 방치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 한국에 잘 살자고 왔을 텐데 너무 불쌍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 "탈북민들은 주변에 친척들이 없어 극단적 선택이든 타살이든 죽으면 끝이다"며 "나도 몸이 불편한데 자식들이 북한에서 있으니까 내 상황을 하나도 모른다. 죽어도 모를 거다"고 했다.

아들과 둘이 사는 탈북 6년차 김모(55) 씨는 "김씨 소식 들었을 때 내 일 같았다"며 "이혼 후 생활고에 시달려 구청,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남한에서의 생활을 '외딴섬에 혼자 사는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아들 신발은 커녕 채소조차 사 먹기 힘들다. 오죽하면 북한에 돌아가고 싶단 탈북민들도 있다"며 "나라에서 탈북자들 얘기 좀 들어주고 소통하기 위해 도와줬으면 고독사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고 토로했다.

김용화(70)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고인이 된 김씨와 종종 업무상 연락을 했던 기억이 있다며 "건강이 안 좋단 얘긴 들었는데 상당히 성실했다"고 떠올렸다.

김 회장은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다 보니 (김씨도) 연계가 안 됐다고 본다"며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에 서로 불신하게 되고, 탈북민 자녀들도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서 조금만 관심이 있었다면 이런 비극이 안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탈북민들을 중앙부처에서 관리하기보단 지역 밀착형 시스템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철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위원은 "탈북민 보호 주관부처가 통일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있다 보니 이원화된 체계에서 이분에 대한 관리가 누락된 것 같다"며 "탈북민들은 지역적응센터(하나센터)에서 관리를 하는데 이게 전국에 25개 밖에 없다 보니 관리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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