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계열사 부당지원·사익편취 적발
신단가 정책 도입…MKT 타이어몰드 고가 구입
매출이익률 25% 반영…사실상 40% 넘는 이익
공정위 "MKT의 동일인 2세 배당금 부당 이익"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한국타이어가 약 4년 간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사익을 편취하다 덜미를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한국타이어 소속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로부터 타이어몰드를 고가로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80억300만원(잠정)을 부과하고, 한국타이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고 8일 밝혔다.
타이어몰드는 타이어의 패턴·디자인·로고 등을 구현하기 위한 틀을 말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약 4년간 원가가 과다 계상된 가격산정방식(신단가 정책)을 통해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MKT를 지원했다.
신단가 정책은 외형상 매출이익률 25%(판관비10%, 이윤15%)를 반영하면서도, 단가 산정시 제조원가를 실제 원가보다 과다하게 반영해 실제로는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하도록 설계됐다.
우선 한국타이어는 MKT로부터 매입하는 몰드에 대해 판관비 10%, 이윤 15%를 보장했는데, 이는 동종 업계는 물론 기존에 한국타이어 내부에서도 활용하지 않던 이례적 방식이라는 게 공정위 설명했다.
또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적용으로 가격인상 폭이 큰 유형의 몰드는 주로 MKT에 발주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작은 몰드는 비계열사에 발주하는 발주정책도 함께 마련했다.
원가 과다계상 구조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2.11.08 jsh@newspim.com |
공정위 관계자는 "이러한 신단가표 하의 거래조건은 한국타이어 스스로 조사한 경쟁사의 가격보다 약 15% 높았고, 구단가 적용 대비 매출액이 16.3% 증가하는 등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의 신단가 정책은 약 4년간 장기간으로 실행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적용으로 과도한 가격인상 부담이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MKT 인수에 따른 차입금 상환과 영업이익보전을 위해 이 사건 지원행위를 장기간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약 4년간 MKT의 몰드 매출액은 875억2000만원으로, 매출이익률은 42.2%에 이른다. 이는 경쟁사 대비 12.6%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3억70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7%에 이른다.
한국타이어의 계열사 지원행위는 2018년 2월 MKT의 단가를 15%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종료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신단가 정책으로 인해 MKT의 경영성과가 부당하게 개선되고 국내 몰드 제조시장에서의 경쟁상 지위가 유지·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가 저해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MKT의 주주인 동일인 2세(조현범, 조현식)는 상당한 배당금(총 108억원) 등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왼쪽)과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2020.06.30 peoplekim@newspim.com |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한국타이어에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를 수직계열화하는 과정에 특수관계인이 상당한 지분을 취득한 후 그 계열사에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가격 정책을 시행하는 방식을 통한 부당내부거래를 제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 사건은 한국타이어의 부품 계열회사에 대한 가격산정방식을 면밀히 조사해 부품 가격 인상 및 계열사 이익 보전 수단으로 원가를 과다계상하는 방법 등을 활용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