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출신, 신세계 순혈주의 깬 대표 인사
'서머캐리백' 사태 이마트 수익성까지 '타격'
스타벅스 1호점으로 첫 출근 '초심·기본' 강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이마트에 날개를 달아 줄 것으로 예상했던 스타벅스(㈜SCK 컴퍼니)가 도리어 발목을 잡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송호섭 대표를 경질하고, SK그룹 출신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손정현 신임 대표에게 스타벅스를 맡겼다. 무너진 이미지 회복 뿐만 아니라 실적 개선까지 이뤄야 하는 손정현 새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겁다.
1968년생인 손정현 대표는 경북 포항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2007년 SK텔레콤에 입사한 뒤 SK홀딩스 G&G(Global & Growth)팀장, 서울·싱가포르 팀장을 지냈다.
손정현 SCK컴퍼니 신임 대표이사 [사진=신세계] |
2015년 신세계아이앤씨(I&C) 지원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기며 신세계그룹과 연을 맺었고 IT사업부장(전무)을 거쳐 2020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SK그룹 출신으로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르며, 순혈주의를 깨고 능력 위주로 인사를 선발하겠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표명된 대표적인 인물 중 한명이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신세계그룹의 IT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열사다. 2019년말 185억원이었던 신세계아이앤씨의 영업이익은 손 대표 취임 후 2020년 300억원, 2021년 355억원까지 늘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263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 같은 손 대표의 경영능력을 높이 샀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달 말 손 대표에게 스타벅스를 맡기며 "신세계아이앤씨 대표로서 경영능력을 보여온 손 대표를 내정, 조직쇄신 및 디지털, 미래경쟁력 강화의 중책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서머캐리백' 사태로 단순 이미지 타격 뿐만 아니라 이마트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3분기 제품 교체에 따른 비용으로 358억원을 반영하며, 이마트는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도 영업이익이 전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파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교보증권은 스타벅스의 마진 하락과 이자 비용 상승 등으로 이마트의 내년도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보다 27.1%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른 목표 주가도 14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서울 중구 스타벅스 프레스센터점. 2022.01.07 hwang@newspim.com |
손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일련의 사태로 무너진 스타벅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인사 후 첫 출근지로 1999년 7월 문을 연 국내 스타벅스 1호점 '이대R점'을 찾은 이유기도 하다. 초심과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스타벅스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취임 첫 날 직원들에게 공유한 인사말에서 손 대표는 "Back to Basics"을 강조했다. 그는 "독보적인 성장 속에서 어쩌면 우리의 초심이 살짝 가려진 건 아닌가라는 시각에서, 이제는 내실있고 원칙있는 틀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생각해 볼 때라고 판단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스타벅스 1호점인 이대R점에 첫 출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우선 잘 듣겠다"며 "여러분의 목소리와 아이디어들이 사업적으로 실현될 것인지 판단해 결정하고 실행하겠다. 또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파트너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며 운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The darkest nights produce the brightest stars.(가장 어두운 밤은 가장 밝은 별을 만들어낸다.)'라며 현재 스타벅스가 위기 임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 스타벅스가 처한 위기를 현명하게 하나씩 하나씩 기본과 본질적 가치로 돌아가서 해결하면 늘 그랬듯이 찬란한 별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