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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헤르손 철수로 평화협상 길 열리나..."젤렌스키 수용 않을 것"

기사입력 : 2022년11월15일 17:18

최종수정 : 2022년11월15일 17:18

"러군, 올해 전투는 끝났고 내년 전투 대비"
평화협상시 러시아에 유리
젤렌스키는 영토 수복 의지 확고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점령한 남부 요충지 헤르손시(市)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철수령이 내려졌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지난 11일 새벽, 러시아 국방부가 철군을 완료했다고 밝히자 헤르손 주민들은 우크라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러시아군이 헤르손시를 철수한 것은 올해 혹독한 겨울을 앞두고 군수물자 보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요 외신은 분석했다. 

헤르손시는 우크라 드니프로강 서안에 위치해 있는데 우크라군은 러 추가 병력의 진격을 막기 위해 헤르손시로 이어지는 드니프로강 대교를 파괴했다. 

우크라군의 공격에 무너진 헤르손시 드니프로강의 안토니우스키 대교. 2022.11.14 [사진=로이터 뉴스핌]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리를 인용 "헤르손시로 향하는 유일한 다리가 파괴되면서 현재 동부 최전선에 나가있는 러시아의 징집 신병 약 2만~3만명을 이곳으로 파견하는 일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추가 병력 없이는 방어가 힘들어진 러시아군이 맥없이 철수하면서 침공 이래 가장 굴욕적인 후퇴란 평가가 나온다.

헤르손시는 러시아가 침공한 이래 장악한 유일한 주(州)도이자 서남부 오데사로 진격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 도시이기 때문이다. 

◆ 러시아군 철수 이유..."올해 전투는 끝났고 내년 대비"

러시아가 헤르손시 철수를 결정한 이유는 단순 물자보급로 파괴 때문은 아니라고 미국 고위 행정부 관리들이 NYT에 알렸다.

절기상 이달 말부터 우크라에는 초겨울 비가 내리기 시작해 땅이 젖어 장갑차가 이동하기가 어려워지고 이후부터는 강추위로 전투를 전개하기 어려워진다.

군사 전문가들은 향후 2~3개월 동안 러-우크라 격전이 잦아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크라는 육로를 통한 무기와 물자 이동이 어려워질 것이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최근 투입한 신병들 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러시아 점령의 우크라 남부 헤르손시 시민들이 당국의 대피 권고에 따라 크림반도로 향하는 버스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2022.10.23 [사진=로이터 뉴스핌]

러시아는 올해 겨울을 내년 전투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휴식기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콜린 H. 칼 미 국방부 정책 부문 차관보는 "올 겨울 최전선에서 양측의 총격이 오가고 러시아는 지금처럼 우크라 민간시설에 대한 순항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규모나 속도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며 겨울 휴식기를 군사력 재건의 시간으로 쓸 것이라고 알렸다. 

중동 전문 방송 채널 알자지라도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고정밀 타격의 드론을 더 구입하고 있고 자국 내 무기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알렸다. 

◆ 젤렌스키, 푸틴과는 평화협상 않을 것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금이야말로 우크라가 평화 협상에 나서야할 때라고 말한다. 지난 10일 뉴욕 이코노믹클럽 행사에 참석한 그는 러시아군이 헤르손시에서 철수한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협상의 기회이며,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트해 국가 라트비아의 프리랜서 기자 레오니드 라고진은 13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은 평화협상을 해서 잃을 것이 없지만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잃을 게 많다"면서 평화협상의 기회가 열렸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우크라가 응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푸틴 입장에서는 점령지 4곳(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을 연방 영토로 병합했다. 현재 전쟁을 중단해도 동부 돈바스 주민 해방이란 초기 군사작전 목표는 달성했으며, 당초 이번 군사작전은 영토를 넓히겠다는 제국주의적 목표가 아닌 우크라의 나토 가입 추진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우크라는 러시아가 병합한 자국 영토 4곳 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에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 수복까지가 목표다. 이에 우크라 정부는 일찌감치 러시아와 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점령지들에서 러시아군 전면 철수 ▲전쟁 범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동영상 연설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2.10.29 [사진=우크라 대통령실 제공]

러시아군이 협상을 위해 전면 철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젤렌스키는 최근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진심으로 평화를 원하는 다른 러시아 지도자라면 우리는 협상할 준비가 돼있다"고 해 푸틴이 권좌에 있는 한 협상은 없을 것 같다는 바를 시사했다. 

젤렌스키의 안보 고문인 미카일로 포돌랴크는 자국의 평화협상 전제조건을 푸틴이 들어줄리 만무하다며 "그래서 우리는 러시아 연방의 차기 지도자와 대화하겠다"고 트윗하기도 했다. 

라고진 기자는 우크라 정부의 '모 아니면 도' 접근법이 "전쟁 승리의 확신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징집한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으려 약한 모습을 비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왜냐면 전쟁 장기화에 따른 우크라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올해 4.5%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크라는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35%가 증발할 위기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 전력망과 수도 시설, 통신망 등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작전을 펼치면서 우크라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 40%가 파괴됐다. 수도 키이우의 비탈리 클리치코 시장은 추운 날씨에 정전과 상수도 공급이 끊기자 주민 300만명을 대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가 기반시설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지속된다면 우크라 국민 대다수가 전쟁 난민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라고진 기자는 "구소련 시절 지어진 우크라의 수많은 아파트 단지는 중앙난방 방식으로, 러시아가 화력발전소를 공습으로 파괴한다면 수십만명의 난민이 유럽 국경문을 두드릴 것이고 유럽연합(EU)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서방이 조만간 우크라에 협상에 임할 것을 강력히 설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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