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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완장' 재미 들인 HUG...실패한 분양가 통제, 더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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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 없고 비합리적 시장 통제권, 5년 이상 유지
미스테리한 권력, 반드시 바꿔야

[서울=뉴스핌] 이동훈 건설부동산부장 = 중국 베이징에 가본 적이 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파트 관리인, 빌딩건물 수위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모두 빨간 별이 붙은 '공산당 모자'를 썼다는 점이다. 옷도 물론 군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정부 기관에서 파견된 경찰이나 군인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민간 업체에서 고용된 근로자들이었다. 그렇게 군복이란 '완장'을 찬 근로자들은 마치 진짜 군경이나 된 듯 건물 이용자, 아파트 주민들에게 강압적인 언사로 질서를 요구했고 대부분의 중국 시민들은 이를 당연하다는 듯 따르고 있었다.

이동훈 건설부동산부장

'완장'의 즐거움. 공공기관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일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적 수사를 앞세우고 공공성이란 이름 아래 자행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들이 나온다. 이는 예전 '군사독재' 시절에서도 지적됐던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정권을 위한 것이고 지금은 공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명백한 내로남불일 뿐이다.

공공기관은 '공공'이란 이름 아래 엄청난 권한을 얻는다. 민간기업과 달리 돈을 벌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적자가 나도 성과급 파티를 벌일 수 있다. 국민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 지원을 받으면 그만이라서다. 그리고 이렇게 덩치가 커진 공기업들은 백이면 백, 정부나 지자체처럼 국민과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려 한다.

하지만 이같은 공공기관의 업무와 권한 법령으로 규정된 것이어야한다는 명백한 제한이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같은 '완장'이 주는 즐거움에 빠진 기관이 있다. 바로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와 함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다. 이 기관이 5년째 이어가고 있는 분양가 통제가 대표적인 완장의 폐해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아닌 '준시장형 공기업'이 정부인양 호가호위(狐假虎威)를 하고 있다.

먼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누리고 있는 분양가 통제는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 단지 분양보증 과정에서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분양가를 통제해 공사의 보증 피해를 줄인다는 것이 유일한 '명분'이다.

물론 민간 건설사들과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은 높은 분양가를 매겨 이윤을 극대화하려하는 속성을 갖는다. 그 이기심을 공공이 통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왜 준시장형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인가? 분양 보증은 HUG가 독점을 하고 있다. 공공성을 위해 독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독점적' 정도가 아닌 '독점' 지위를 활용해 법령에도 없는 분양가 통제를 5년 이상 해오고 있는 현실이 시장경제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분양가 통제가 합리적이고 명분이 있나. 그것도 아니다. 단지 직전 최고분양가의 10% 이하. 이것이 HUG의 분양가 통제 기준이다. 아파트마다 다른 입지의 차이, 상품의 차이, 원가의 차이는 중요치 않다. HUG가 지정한 이 '괴랄한'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해당 건설사는 분양보증을 받지 못한다. 이에 분양 보증을 피하려는 건설사들이 생겨나자 법적으로 분양 보증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가격 통제에 따른 분양 보증은 성공했는가? 일단 지난해 한해동안 HUG의 분양보증 사고는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 시기 집값이 두배 가량 급등한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시세보다 분양가가 크게 낮은 이른바 '로또 분양'이 이어진 덕분이다.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올해는 다르다. 올해 9월 말 기준 HUG 분양보증사업장 내 미분양 가구 수는 전체 168곳, 2만939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미분양 가구 수 1만7725가구(231곳) 대비 약 1.7배 늘어난 수치다. 로또 분양은 여전하지만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자 미분양이 늘고 이는 HUG의 사업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에 따라 위험 사업장은 더 늘어날 태세다. HUG 분양보증 사업장 가운데 위험대상은 지난달 말 기준 139곳으로 지난해 말(80곳) 대비 708% 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자본잠식 우려까지 나오는 게 HUG의 현상황이다.

더욱이 이 와중에도 HUG는 직원들에게 연 2%의 저리대출을 해 준 불법적 정황까지 드러났다. 그리고 이로 인해 권형택 사장이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마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개발 후보지를 사들인 것처럼. 결국 HUG는 공공기관이 갖춰야할 도덕성마저 잃어버린 모습이다.

무엇보다 이해가 안되는 것은 5년 동안 법적 근거도, 실익도 없는 이같은 체제가 유지됐다는 점이다. 공기업이 독점 지위를 활용해 호가호위하는 이 상황이 무수한 비판에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HUG의 '권세'는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점진적인 이뤄지면 HUG는 또 다시 분양가 통제의 전면에 나서 '국민을 위해' 시장을 장악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레고랜드 발 부동산 PF부실 우려를 대응하기 위해 PF보증지원을 HUG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HUG가 이를 토대로 또 다른 권세를 누리려고 하지 않을지 의심스럽다. 정부가 시장 지원을 위해 맡긴 권한을 지원이 아닌 떠세로 활용해본 경험이 있는 기관이라서다.   

공공기관으로 도덕성마저 갖추지 못한 기관이 법적 근거도 없는 권력을 휘두를 점은 시장경제 상황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분양보증의 경쟁체제 구축 그리고 분양가 심의의 지자체 이관은 반드시 이뤄내야할 '경제 민주화'의 하나일 것이다.

dong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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