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전실' 부활 여부...현대차, 미래산업 인사 중용?
인사키워드, 작년 혁신·변화→올해 위기관리·안정
[서울=뉴스핌] 김지나 조재완 기자 = 연말 인사시즌, LG그룹을 시작으로 삼성,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4대 그룹 인사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대 그룹 인사는 40대 및 여성 임원 승진, 최대폭의 임원 승진 등 변화와 혁신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 연말인사는 금리인상 및 경기침체 우려 등 불확실한 대외여건 속 위기관리가 가능한 안정적 인사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인사 첫 스타트 LG...LG생건·디스플레이 주목
21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4일 즈음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LG그룹은 이틀에 걸쳐 지주사 및 계열사 인사를 발표해 왔다. 지난해 LG그룹은 40대 상무를 대거 발탁하며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LG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4인 부회장 체제를 마련했다. 이 중 신학철 부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은 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둘이 이끄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나고 있어 부회장 임기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차석용 부회장이 이끄는 LG생활건강은 중국의 코로나 봉쇄정책으로 올해 들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44% 줄며 차 부회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차 부회장은 2004년부터 LG생활건강 대표직을 맡으며 LG그룹 부회장단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이다.
사장급 중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역시 올해 들어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며 거취가 주목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들어 2분기와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정호영 사장은 LG전자로 입사해 LG생활건강, LG화학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서 CFO를 역임한 재무통인 만큼 LG디스플레이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나갈 지, 오히려 그 역할이 더 중요해져 연임될 지 주목된다.
◆SK, 6人CEO 체제 유지?
12월 1일 즈음 인사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SK그룹은 지난해 장동현 SK㈜ 당시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8명의 부회장단 체제로 들어섰다. 총수 일가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빼면 6명이 전문 경영인이고, 이들이 자리를 보전할 지가 관심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인사에서 장동현 SK㈜ 당시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당시 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배터리, 반도체, 에너지, 소재 등 주력분야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했다. 이 중 장동현 부회장과 김준 부회장은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지만, 지난해 부회장단에 합류한 한편 실적 호조도 이어가고 있어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정호 부회장 역시 SK스퀘어를 주축으로 그룹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에, SK스퀘어가 ICT 계열사를 이끌 중간지주사로 자리 잡을 때까지 부회장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이재용 회장 승진 후 첫 정기인사...컨트롤타워는?
12월 초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최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첫 정기인사에 이 회장 중심 인사가 단행될 지 관심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과 경계현 사장(DS부문장) 투톱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4대그룹 총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사진=뉴스핌DB] |
모바일과 가전 부문을 통합해 DX부문을 만들고 투톱체제를 이어나간 지 1년밖에 되지 않은데다 두 업황 모두 상황이 좋지 않아, 큰 틀의 체제 변화 없이 인사가 안정 중심으로 날 공산이 크다.
올해 인사에서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지난달 돌연 사임한 이재승 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 부문 사장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우느냐다. 이 전 사장의 빈자리는 한종희 부회장이 겸직하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회장의 승진 이후 삼성 내 계열사 의견을 조율하고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대두된 만큼, 이번 정기인사에서 그룹 컨트롤타워가 재건될 지도 관심이다.
삼성은 2017년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체되기 전까지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비서실→구조본(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전실로 이어진 조직에서 수행해 왔다. 하지만 2017년 미전실이 비자금 조성과 불법 정치자금 등에 연루돼 해체된 이후 삼성에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
◆현대차, 경기악화에 위기관리 가능 인사
4대그룹 중 가장 나중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그룹은 다음 달 초중순쯤 인사발표가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200여명에 달하는 역대 최대 임원 승진을 단행했고, 작년 승진자 중 3분의 1이 40대였던 만큼 혁신적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올해 인사는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내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동차 산업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한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슈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위기관리가 가능한 숙련된 인사의 역할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전기차나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 강화를 위한 임원 인사도 기대된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경기가 급격하게 어려워지고 있는 한편,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 기업들은 비상경영 쪽으로 가고 있고, 인사 역시 혁신과 변화 보단 안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