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탁송에 직원들 직접 나서기도
정부·화물연대, 28일 첫 교섭 앞둬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닷새째 접어들면서 산업 전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철강업계는 육송 출하가 전면 중단돼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건설 현장도 셧다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28일 첫 교섭을 앞둔 가운데 협상 결과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화물연대 총파업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2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2022.11.26 pangbin@newspim.com |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되며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곳은 철강과 시멘트 업계다. 철강업체 출하는 지난 24일 파업 이후 계속 중단된 상태다.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물동량이 많은 포항은 산업 전반에 쓰이는 철강 제품이 전국으로 이동하는 지역인데 화물연대 파업에 발목 잡힌 상황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세아제강은 제품 출하를 전면 중단했다. 현대제철은 당진·포항·인천·울산·순천 등 전국 5개 공장에서 일일 평균 5만톤(t) 출강재가 출하되지 못해 쌓이고 있다. 제품 출하가 영업일에만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도 이날까지 15만t에 이르는 출하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동국제강도 인천·포항·신평·당진·부산 등 사업장 전역의 철강재 운송길이 막혔는데, 특히 포항 사업장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힌남노 피해를 입은 포스코도 어려움을 겪긴 매한가지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포스코는 포항·광양 사업장에서 일일 평균 3만5000t 규모의 철강재 출하가 중단됐다. 최근 태풍 피해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한 상황임을 고려해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현장은 셧다운 위기에 직면했다. 레미콘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시멘트 출고량이 평시 대비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내 대형 건설사 8곳이 시공중인 전국현장 459곳 가운데 레미콘 타설 공정이 중단된 곳은 절반을 훌쩍 넘겼다. 업계는 사실상 29일부터 시멘트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업계는 이날 정부의 신속한 업무개시명령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시멘트협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 5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신속히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국가물류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완성차 업계선 신차 탁송에 애를 먹고 있다.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할 방법이 없자 직원들이 신차를 직접 운전해 인도하고 있다. 이탓에 신차 주행거리가 평시 대비 길어지면서 이와 관련한 고객 불만 접수도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현재 생산 차질엔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이번 사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 업계서도 연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내 정유 기업 차량 운전자 10명 중 7명 가량이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져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 규모는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일부 수도권 주유소에선 재고 소진 징후가 나타나면서 유류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2022.11.28 yooksa@newspim.com |
정부는 '육상 화물 운송 분야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이날 오후 화물연대와 교섭에 나선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시작된 후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는 첫 교섭이다. 이날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 오는 29일 국무회의서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날 오전 화물연대 파업 관련 중대본 회의서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언급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처해지며 화물운성사업자 면허도 취소된다.
업계도 첫 교섭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강경 기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이해 관계도 제각각 다른데 의견이 하나로 합치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지난 6월에도 파업 사태가 조기 종료될 것이란 관측이 팽배했지만 예상을 빗나갔다. 이번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했다.
반면 최근 경기 흐름과 정부여당 지지율 추이를 고려했을 때 정부가 한 발 물러설 것이라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 6월에 비해 대통령 지지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최근 경기 흐름도 안 좋은 상황 등을 고려하면 화해 무드가 일찍 조성될 수 있다"고 봤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