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불협화음이 직원 불친절도 초래"
조직 운영·관리 일대 쇄신 요구 목소리도
[합천=뉴스핌] 이우홍 기자 = 최근 경남 합천농협에서 정기적금 고금리 특별 판매(특판)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문제의 적금 금리를 조합장 등 비상임 이사들이 외유 중일 때 상임이사가 제대로 된 의논도 하지 않고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경영진의 불협화음이 고객에 대한 합천농협 직원들의 불친절도 낳는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합천농협의 조직 운영과 관리에 일대 쇄신이 요구되는 이유다.
[합천=뉴스핌] 이우홍 기자 = 최근 경남 합천농협에서 고금리 적금 특판 사고가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합천농협 전경.2022.12.15 woohong120@newspim.com |
15일 합천농협에 따르면 H상임이사는 지난 2일 신용 상무와 실무자 등 5명으로 구성된 리스크관리협의회를 열었다. 의결 내용은 연간 금리 8.5~9.7%에 가입기간 12~23개월의 적금을 조합원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특판하는 것이다.
5일 오전 9시부터의 대면 판매를 통해 약 200억 원의 적금을 유치할 목적이었다. 현행 규정상 예·적금을 취급하는 신용사업은 상임이사의 권한이고, 하나로마트 등의 경제·지도사업은 비상임인 조합장의 권한이다.
합천농협이 이번에 고금리 특판에 나선데는 합천축협에서 지난 11월 28일부터 5일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대면·1년 만기에 연 8% 금리의 적금 특판을 실시하면서 일부 자금이 이탈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합천농협은 자체 홈페이지에 고금리 특판상품 내용을 게시한 데 이어 2400여 명의 조합원들에게 문자로 안내문을 발송하는 한편 NH콕뱅크에도 전산 입력했다.
그러나 담당 직원이 전산 입력과정에서 실수로 '비대면 미취급'을 누르지 않는 바람에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예·적금 상품을 찾아다니는 전국의 '금리 노마드족'들도 컴퓨터 온라인을 통해 합천농협에 적금 가입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해당 적금은 5일 오전 0시 30분부터 온라인에서 판매됐고, 합천농협에서 부랴부랴 특판을 마감한 9시 30분까지 불과 9시간 동안 지역주민 200여 명을 포함해 무려 6000여 명이 적금에 가입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날 1회차 불입금은 104억 7800만 원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1~2년 뒤에 합천농협에서 고객들에게 지급해야 할 총 계약금(예금+이자)은 1284억 100만원에 달한다. 합천농협에서 감당하지 못할 과도한 자금이 몰린 것이다.
합천농협에서 매달 불입되는 적금으로 연 5~6% 금리의 대출을 운영하더라도 3~4%의 역마진이 발생한다. 합천농협의 자체 추산으로도 손실 규모가 30억 원 이상이다. 지난해 당기순익 10억 여원의 3배를 웃돈다. 물론 60여억 원의 대손충당금이 적립돼 있어 적금 상환은 가능하지만, 사실상 '회계 부도'다.
문제는 합천농협 사상 초유의 경영위기를 초래한 이번 고금리 특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H상임이사와 조합 최고 책임자인 C조합장 간에 어떠한 논의나 사전보고가 없었다는 것이다. 상임이사가 사전에 조합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과 의논했더라면 턱없이 높은 금리의 특판행사가 실시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 많다.
이번 사고로 합천농협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불안을 느낀 일부 고객들의 예·적금 해지 사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도 상임이사는 "특판 결정전에 몇차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애기했다"고 하고, 조합장은 "사전에 아무런 협의나 보고가 없었다"며 책임 공방을 벌이는 상태다.
더욱이 조합장과 사외이사 11명은 직원들과 함께 이번 특판 의결 하루 전인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3박 5일간 일정으로 베트남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연수 명분은 '선진지 견학'이지만, 구체적 일정을 묻는 질문에 합천농협이 함구하면서 '외유성 행사'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수에 1인당 150만 원씩 모두 3000여 만원의 조합경비가 지출된 것으로 알려진다.
나머지 사외이사 4명이 "민감한 시기에 불요불급한 행사"라며 반대했지만 베트남 연수가 강행돼, 합천농협의 상부 조직내부에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조합원 A씨는 "합천농협 직원들의 고객응대 자세가 타 금융기관보다 불친절하다는 말이 지역에서 자주 나온다"며 "이러한 기본적 문제 조차 쉬 개선되지 않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임원진의 불협화음 특히 조합장과 상임이사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반목에서 비롯된다고 봐야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특판사고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문책하는 한편 조합 경영진 내부의 알력과 반목 풍토를 수술해 합천농협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woohong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