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이 닻을 올렸다. 초등 전일제 교육, 유보통합, 대학 기본역량제도 개편 등 굵직한 교육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갈증이 많았던 만큼 기대감도 높다. 개혁 과제에 묻힌 교권 보호 방안을 빼면 그렇다.
최근 수업시간에 학생이 교단 위에 눕는 등 수업을 방해하거나 폭언과 폭행을 하는 교권침해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교사 10명 중 9명은 아동학대로 의심 받아 신고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교권침해는 이미 '경고' 수준을 넘어선 듯 보인다.
소가윤 사회부 기자 |
실제 한 교사가 수업시간에 자고 있는 학생을 깨우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해 검찰 조사까지 받는 사례도 있었다.
교실뿐 아니라 익명성 뒤에서 교권이 추락하는 것도 문제다. 교원평가에서조차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실시한 교원평가 자유 서술 문항에 '그냥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XX 크더라' 등의 여성 교사를 향한 성희롱 발언이 작성됐다.
예삿일이라는 학교 현장의 반응은 인성 교육을 도외시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 투영된 것만 같아 답답하다. 학교에서는 그동안 교원평가에서 이보다 더 심한 욕설과 성희롱 발언도 목격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 중에서는 상처받을까 두려워 아예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허술한 교육부의 필터링 시스템도 문제를 키웠다. 서술형 평가에서 성희롱 등 금칙어가 포함되면 답변 전체가 교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필터링하고 있지만, 금칙어 사이에 숫자나 기호를 끼워 넣으면 필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했다.
교원평가를 폐지하고 학급별로 학생 만족도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교육개혁 외침은 교사들에게 공허하게 들린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교육개혁을 언급하며 교사의 역량을 강화해 수업을 살아나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학교와 교사, 교실에 대한 청사진은 희미하다.
교사와 학생이 상호작용하지 않고 대립 관계로 정립되면 결국 제대로 된 교육 활동이 이뤄지기 어렵다. 교권이 추락하면 교육이 흔들리고 백년대계 자체에 금이 가게 된다. 교사가 실종된 교육개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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