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1:1 대화 통해 관리키로 합의
양국 공동으로 남중국해 석유 천연가스 탐사 협상 재개
[서울=뉴스핌] 조용성 기자 = 필리핀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된 갈등을 봉합하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한 필리핀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균형외교를 펼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4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고 신화통신이 5일 보도했다. 신화통신 등 관영언론들은 "마르코스 대통령이 새해 첫 중국의 국빈 방문자이며, 그는 아세안 국가를 제외하고는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며 적극적인 환영 메시지를 내놓았다.
중국은 마르코스 대통령을 상당한 의전 수준으로 환대하고 있다. 3일 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마르코스 대통령 일행을 맞이한 이는 탕런젠(唐仁健) 중국 농업부장이었다. 보통 외교관이 외국 국가원수를 영접하는 것과 달리, 마르코스 대통령이 농업부 장관을 겸직하고 있는 농업 전문가임이 고려됐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공항에서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겠다"고 발언했다.
시진핑 주석과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4일 베이징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신화사=뉴스핌 특약] |
4일에는 시진핑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진행됐으며, 이와 별도로 리커창(李克強) 총리와의 회담,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위원장과의 회담도 이뤄졌다.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루이즈 아라네타 마르코스 영부인과 함께 중국국가박물관을 참관했다. 인민망은 양국 영부인들의 담화는 무척 화기애해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을 포함해 중국 최고의 국가지도자들이 나서서 마르코스 대통령을 환대한 것.
이날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 갈등관리 ▲석유 천연가스 공동개발 등 크게 두가지가 협의됐다. 시 주석은 "필리핀과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해상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으며,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과 협상을 통해 해상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겠다"고 화답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미국은 그동안 유관 동남아 국가들 전체와 중국의 협상을 촉구해 왔으며, 중국은 개별 당사국들과 개별적인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장해왔다. 이날 양국 정상은 개별 협상을 통한 갈등관리 방침을 확인했으며, 이는 사실상 갈등을 봉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시 주석은 "비분쟁 지역의 석유 천연가스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태양광·풍력·신에너지 자동차 등 친환경 에너지 협력을 전개하기를 희망한다"며 "필리핀의 농업·농촌 발전을 돕고 필리핀의 농수산물 수입을 확대하며 중국 기업의 필리핀 투자를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과 석유·가스 개발 협상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아울러 "중국은 필리핀의 가장 강력한 협력 동반자이고, 양국 우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며 "필리핀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한다"고 강조했다.
펑리위안 여사와 루이즈 아라네타 마르코스 필리핀 영부인이 베이징 국가박물관을 참관하고 있다.[신화사=뉴스핌 특약] |
정상 회담에 이어 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농·어업, 인프라, 금융, 세관, 전자상거래, 관광 등에 관한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환구시보는 5일 평론 기사를 통해 "마르코스 대통령은 자주독립적인 외교를 펼 것이라고 말했지만, 향후 워싱턴으로부터의 압박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이번 방중이 양국의 황금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방문해 마르코스 대통령과 회담을 했으며, 필리핀 현지에 기존 미군 군사기지 5곳에 더해 새로운 기지를 건설키로 합의했다. 미국은 남중국해와 대만 등지에서 필리핀 미군기지를 활용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방침이다.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