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콥터 네옴 선점했지만…기체시장 9% 불과
상용통신망 활용 강점…효율·대규모 데이터 처리가능
항우연, 나사와 첫 대등한 계약 성과…RAM도 기대
자율주행 레벨3 늦어져…완성차 중 최고속도 의지
우리기업 투자유치 기대감…교통망 구체계획은 아직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 되면서 우리나라는 비롯한 전세계 스마트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첨단 스마트도시로 조성될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건설은 물론 IT, 제약·바이오 분야 첨단 기술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뒷받침할 금융의 '진화'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외화벌이를 겨냥한 '제2 중동붐'이 아닌 도약의 기회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은 우리 업계에 있어 도약의 기회가 될 네옴시티 수주전략과 중동 진출 노하우를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을 추진하는 '네옴시티'는 도심항공교통(UAM)을 비롯한 스마트 모빌리티를 구현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허허벌판에 세워지는 미래도시여서 기존 교통수단과의 충돌이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네옴시티 측의 관심이 큰 UAM 외에 자율주행 등 첨단 교통수단이 집약될 것으로 예상돼 현대차를 비롯한 미래모빌리티 분야에 뛰어든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미래형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더라인' 조감도.<자료=네옴시티 홈페이지> |
◆ 독일 볼로콥터, 네옴 투자받아 시장 선점…멀티콥터 한계, 수소 활용 RAM도 기회
27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옴시티의 핵심 프로젝트인 미래도시 '더 라인'은 내연기관 자동차 등 전통적인 교통수단 대신 UAM, 자율주행 등 미래모빌리티를 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활용 기대감이 가장 높은 모빌리티는 UAM이다. 길이 170km, 높이 500m의 수직도시 개념이어서 UAM 이착륙장인 버티포트를 이용하기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개발 프로젝트 주체인 네옴 역시 UAM 도입에 적극적이다. 네옴은 작년 말 독일의 UAM 개발업체 볼로콥터에 1억7500만달러(한화 약 2000억원)를 투자하며 "에어택시 개념을 일상으로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체 개발 선두주자로 꼽히는 볼로콥터가 네옴 시장에서 한발 앞서나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K-UAM'이 네옴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UAM 생태계 전체에서 기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9% 수준에 불과한 만큼 버티포트 등 운영 생태계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상용통신망을 활용한 통합운영시스템 구축이 미국 등 주도국과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K-UAM 그랜드챌린지'가 핵심이다. 오는 8월 1단계를 시작으로 내년 7월 2단계 도심실증을 통해 한국형 운영기준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미국이 기술별로 진행 중인 실증 외에 상용화를 위한 통합운용실증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미국도 우리나라 실증에 관심이 높다. 기존 항공관제가 무선음성통신과 위성항법시스템(GPS) 기반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앞선 상용통신기술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어서다. 어느 나라보다 촘촘한 통신망이 갖춰져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게 강점이다. UAM을 위한 별도의 통신망 구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운행량 증가에 따른 대규모 데이터 처리도 유리하다. 상용통신망을 활용해 관제와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구현하겠다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런 계획에 힘입어 실증사업을 주관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관련 협력 증진을 위한 이행약정을 작년 10월 체결했다. 항우연이 나사와 처음으로 대등한 수준의 협약을 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합운영시뮬레이터도 주목받고 있다. 통상 조종사들이 훈련하는 기체 시뮬레이터 차원을 넘어 버티포트, 관제사 등 UAM 생태계 주체들이 맞물려서 관제권 등을 평가한다는 개념이다. 내년에 시작되는 도심 실증도 주요국보다 앞서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주기로 한 UAM 전용 주파수와 상용통신망이 결합하면 운항 중에도 휴대폰 작동이 가능하고 통합교통플랫폼(MaaS)을 통해 자율차 등 연계교통도 실시간으로 구현될 수 있다.
네옴시티 '더 라인'의 내부 조감도.<자료=네옴 홈페이지> |
UAM 기체도 승산이 없지 않다. 볼로콥터가 네옴에서 우위를 점하긴 했지만 대형 드론에 가까운 멀티콥터 형식이어서 단거리 위주로 활용된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조비 에비에이션, 아처, 릴리움 등 글로벌 기체제작사뿐만 아니라 현대차, 한화시스템(오버에어) 등 우리나라 개발사들 대부분 백터드 트러스트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날개 달린 로터가 수직, 수평으로 방향을 바꿔 이착륙 외에 운항시 속도를 높이면 배터리 효율 등에서 유리하다.
기체는 자동차와 유사하게 복수의 제조사들이 시장을 점유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배터리, 소재 등에서 앞서 있어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 2인승으로 개발 중인 볼로콥터와 달리 6인승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우리 기체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사우디가 구상하는 더 라인과 산악 관광지 '트로제나', 최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고급 리조트단지 '신달라'를 연결하기 위해서도 우리나라 방식이 유리하다. 특히 수소 생태계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현대차가 수소를 이용한 지역 간 항공모빌리티(RAM)에 힘을 싣고 있다. UAM은 50km 이내 거리에서 주로 활용되는 반면 RAM은 한 번에 300km 이상 이동이 가능하다. 네옴 역시 수소를 주요 에너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어 협력이 가시화할 수 있다.
◆ 현대차, 완성차업체 중 80km 고속 자율주행 속도…그룹 차원 유치 기대감도
자율주행차도 네옴시티를 구성하는 주요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도시 개념에 포함되는 요소 중 하나로 자율주행 로봇택시가 꼽히는 만큼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산업을 주도하는 현대차가 지난해 레벨3 상용화를 미루기는 했지만 기대감을 낮출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완성차 업체 기준 혼다, 벤츠 다음으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고 속도 측면에서는 이들에 앞서 있어서다. 혼다, 벤츠가 시속 60km 이하로 제한한 반면 현대차는 시속 80km 수준으로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선진국 대비 약 80%의 기술수준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데이터분석 등을 더하면 뒤쳐져 있다고 말하기는 섣부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기업들이 이미 네옴시티 건설에 일부 참여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꼽힌다. 현대건설, 삼성물산은 그리스의 아키로돈과 컨소시엄을 맺고 더 라인의 철도 산악터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수 대기업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발주를 내고 있는 네옴 프로젝트 특성을 고려할 때 한국에 시장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만나 그룹 차원의 투자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총 사업비 5000억달러(약 660조원) 규모 중 약 80%를 민간투자로 유치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네옴 입장에서도 주요기업들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11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오버에어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벤 티그너 대표이사의 기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토부] |
다만 네옴시티에 구축될 교통망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서 세부적인 내용은 발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더 라인 하부에 고속열차를 운영해 도시 양 끝을 연결하는 것 외 UAM, 자율주행이 어떤 형태로 활용될지는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사업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 네옴시티의 핵심인 더 라인의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의문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수주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작년 11월 민간기업 대표단을 이끌고 사우디를 방문한 성과로 최근 모듈러 사업 체결을 이끌어냈고 모빌리티 분야 발주에 대해서도 협력한다는 의지다. 지난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과 만난 원 장관은 "작년 11월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 대표단의 사우디 방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으로 양국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며 "협력 분야를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분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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