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여행사 용역 하도급받아 세금계산서 발행·수취
"직접 용역 제공 없이 수수료 정산…세금 부과 정당"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내 면세점과 직접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 모집 계약을 체결한 여행사로부터 용역을 하도급 받아 다른 여행사에 재하도급을 주고 수수료만 정산한 중간 단계 여행사는 가공거래에 해당하고 세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회사가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면세점의 모습.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2022.09.14 pangbin@newspim.com |
앞서 국내 면세점은 2016년 중국이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 일환으로 국내 관광 제한 정책을 실시해 매출이 감소하자 매출 증가를 위해 여행사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여행사가 중국인 구매대행업자인 따이공을 모집해 면세점으로 보내주면 구매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하기로 했다.
국내 면세점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최상위 여행사는 작은 규모의 여행사에 따이공 모집을 하도급했는데 A사는 하도급을 받은 중간 단계 여행사에 속했다. A사는 같은 방법으로 다른 여행사에 따이공 모집 용역을 재하도급 했고 2019년 6월 폐업했다.
세무당국은 2020년 1월 A사가 실제로 용역을 제공하거나 받지 않았으면서 면세점 이용객 모집 및 송객 용역 수수료 명목으로 상위 여행사 3곳에 공급가액 총 179억원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하위 여행사 4곳으로부터 177억원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고 보고 부가가치세 10억4400만여원을 경정·고지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조세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2021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A사 측은 재판에서 "실제로 상위 여행사에 용역을 제공하거나 하위 업체로부터 용역을 제공받은 후 세금계산서를 발행·수취했는데 사후적으로 하위 여행사 중 일부가 세금을 체납하거나 폐업했다는 사유만으로 가공거래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A사)가 상위 여행사에 모객 용역 또는 중개용역을 제공했다거나 하위 여행사로부터 용역을 제공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A사의 거래는 실제 용역의 제공이 없는 가공거래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따이공 용역 계약에 대해 "하위에 다른 여행사가 존재하는 업체의 경우 따이공에게 귀속될 페이백 수수료에 관해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나 이를 따이공에게 직접 지급하는 최하위 여행사의 경우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해 고액의 매출세액만을 부담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결과적으로 하위 여행사는 따이공을 실제 모집한 업체의 부가가치세 전가를 위해 만들어진 가공의 업체로서 고액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고 폐업한 채 해외로 도피하거나 잠적한 소위 '폭탄업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위 여행사인 원고는 하위 여행사로부터 모집된 따이공의 명단을 제공받지 않았고 상위 여행사에 명단을 제공하지도 않은 채 단순히 면세점 매출에 비례해 계산된 수수료를 토대로 금전 정산서만을 작성했다"며 "용역 제공에 관한 자료는 전혀 주고받지 않은 채 수수료 정산을 위한 정산서 작성 업무만 수행한 것을 두고 원고가 용역을 제공받았다거나 제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기는 했으나 행정 재판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각 세금계산서가 가공 세금계산서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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