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미 기소 결정해…진술 비틀고 사건 조작에 악용할 것"
檢, 이 대표 의사결정·지분 약속 등 집중 조사 전망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위례신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지난 '성남FC 후원금 사건'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서면진술서를 준비해 서문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진술서를 통해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질문에 진술서로 답변하는 등 사실상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은 '언론 뒤에 숨은 비겁한 검사, 정적 제거에만 혈안이 되어 대통령 가족은 조사 않고 대통령 정적 제거에만 몰두하는 차갑고 불공정한 검사, 검찰 관계자들에게만 관대한 검사가 되고 있지 않는가' 우려한다"며 "검찰 스스로 자문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검찰은 정치가 아닌 수사를 해야 하고, 정치공작이 아닌 진실을 위한 공정 수사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과 질서 유지에 최고의 권한과 책임을 가진 검찰이 권력자의 정적 제거를 위해 조작 수사에 나서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고, 가짜뉴스와 조작 수사로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엄청난 시간과 고통,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사필귀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2023.01.28 leehs@newspim.com |
이 대표는 "중립성을 잃고 이미 기소를 결정한 검찰은 진실과 사건 실체에 관심이 없고, 어떤 합리적 소명도 검찰의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검찰은 이미 결정한 기소를 합리화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사실을 왜곡하며 저의 진술을 비틀고 거두절미해 사건 조작에 악용할 것"이라며 "그러므로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진술서로 갈음할 수밖에 없음을 양지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 조사를 위해 1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표가 사실상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뜻을 밝히면서 다소 난항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대장동 개발 진행 과정에서 이 대표의 의사 결정 과정 전반을 확인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이 대표 측이 공약 달성을 위해 민간업자들과 유착했다고 보고 있다. 1공단 공원화를 위해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대표가 ▲서판교 터널 개통 ▲공동주택 부지 용적률 상향 등 요구사항을 승인해줬고, 대장동 일당이 7886억원에 달하는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을 포함한 '이 대표 측'에 대장동 사업 이익 중 숨은 지분이 있는지도 조사할 전망이다.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1호의 배당금 428억원 중 이 대표의 지분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5명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에서 김씨의 지분 절반을 받는다는 제안을 받고 승인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명시하기도 했다.
반면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특히 대장동 사업은 수천억원을 공공이익으로 환수한 모범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한 차례 더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표가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이 대표가 그동안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하고, 이날 조사에 앞서서도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검찰이 성남FC 사건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실제 신병 확보 가능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어 검찰이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회의 '체포동의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민주당이 169석을 가지고 있어 검찰이 이를 뚫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검찰이 '백현동 특혜 의혹'도 넘겨받은 만큼,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한 뒤 함께 사건 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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