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누구도 주목한 적 없었던 베토벤의 러브스토리가 무대에 펼쳐진다. EMK 창작 뮤지컬 '베토벤'이 악성(樂星)으로 불렸던 위대한 음악가의 사랑과 인생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7년 간의 개발을 거친 국내 창작 뮤지컬 '베토벤'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연 중이다. 박효신부터 박은태, 카이, 옥주현, 조정은, 윤공주 등 최고의 베테랑 배우들이 합류했으며, 흥행 뮤지컬 극작-작곡가 콤비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베토벤의 아름다운 음악을 바탕으로 드라마와 멜로디를 창조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배우 박은태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뮤지컬 '베토벤'은 1810년부터 1812년을 배경으로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청력 상실의 위기를 맞은 40대 베토벤이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며 모든 경계와 제약에서 벗어나 내면에서 끌어올린 음악을 만들어내는 인간 베토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2023.01.19 hwang@newspim.com |
◆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러브스토리…박은태·조정은 섬세한 연기
뮤지컬 '베토벤'은 베토벤의 사후, 유품 중에서 발견된 불멸의 연인(Unsterbliche Geliebte)에게 쓴 편지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1810년부터 1812년을 배경으로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청력 상실의 위기를 맞은 40대의 베토벤이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드라마로 풀어냈다. 자신과 음악을 향한 혹독한 대우에 사랑을 믿지 못하던 외곬수 베토벤(박은태)은 안토니(조정은)을 만나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안토니 역시 평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다가 불현듯 휘몰아치는 감정의 폭풍에 빠진다.
박은태는 조금은 비딱하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베토벤을 그려내며 관객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음악과 예술을 무례하게 대하는 세상을 밀쳐내고, 동생 카스파(이해준)의 사랑도 반대한다. 하지만 청력을 잃어가고 안토니를 만난 뒤 절망 속에서 뜻밖의 구원을 향해 손을 뻗게 된다. 의외로 사랑 앞에 열정적이고, 어디든 그녀를 찾아나서는 베토벤의 모습이 그가 이룬 위대한 음악적 이룩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도 한 인간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배우 조정은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뮤지컬 '베토벤'은 1810년부터 1812년을 배경으로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청력 상실의 위기를 맞은 40대 베토벤이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며 모든 경계와 제약에서 벗어나 내면에서 끌어올린 음악을 만들어내는 인간 베토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2023.01.19 hwang@newspim.com |
조정은은 안토니 역을 맡아 평화로운 삶 속에 파동이 일어난 귀족 부인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한다. 그의 눈빛과 표정 연기 하나하나가 안토니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맑고 청아하면서도 단단한 음색은 베토벤의 교향곡을 바탕으로 한 넘버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베토벤의 음악을 향한 열정과 천재성, 내면의 갈등 등을 표현하는 음악의 혼령들은 그의 주변을 맴돌며 결국 베토벤이 남긴 '음악'의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시시때때로 상기시킨다.
◆ 비창·운명·월광을 중심으로…세상을 구한 음악, 베토벤을 구한 사랑
세상을 구한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명곡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멜로디다.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라 평가받는 교향곡 3번 Op.55(영웅 교향곡), 교향곡 5번 Op.67(운명 교향곡)을 비롯해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비창),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월광) 등 수려한 선율의 명곡들은 유럽 뮤지컬의 전설 실베스터 르베이의 손길을 거쳐 극중 드라마와 완벽하게 호흡한다. 익숙한 멜로디에 한국어 노랫말을 붙여 국내 최고 배우들의 가창으로 듣는 것이 꽤나 특별한 감흥을 준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배우 카이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뮤지컬 베토벤 프레스콜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뮤지컬 '베토벤'은 1810년부터 1812년을 배경으로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청력 상실의 위기를 맞은 40대 베토벤이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며 모든 경계와 제약에서 벗어나 내면에서 끌어올린 음악을 만들어내는 인간 베토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2023.01.19 hwang@newspim.com |
폐쇄된 베토벤의 세계를 형상화한 듯한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려 있던 벽들이 활짝 열리는 1막의 마지막 장면에선 그가 느낀 사랑과 기쁨, 새로이 열린 세상을 관객들에게 온 몸으로 느끼게 한다.
165분간 한 사람의 고독과 환희, 절망을 미학적으로 담아낸 무대와 함께, 베토벤이 직접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는 장면 등 연출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들을 만날 수 있다. 외롭고 고독했던 베토벤의 러브스토리를 그의 음악으로 구성하고, 화려한 볼 거리와 함께 즐길 수 있단 점에서 '베토벤' 월드 프리미어 공연을 만나봐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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