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진흥법 국회 법안소의 통과
법사위·본회의 논의 과정 통과 기대
자율규제 역할 강조되는 생태계 구축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선(先)허용 후(後)규제가 메타버스 기업을 키우는 길입니다."
메타버스 산업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을 위한 제도 마련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말이다. 한 마디로 기업에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메타버스가 신산업으로 분류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 못지 않게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하지만 꽃을 피우지도 못한 상황에서 기업의 발목부터 잡아서는 안된다는 얘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지난 14일에는 '메타버스산업진흥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여전히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까지 남아있지만 핵심은 자율규제를 통해 메타버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데 있다.
이와 관련 유지상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의장(광운대학교 전 총장)과 오병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최동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K-meta) 본부장에게 방향성을 물어봤다.
◆ "팬데믹→엔데믹 속 메타버스 지원 확대 절실"
유지상 의장은 "메타버스를 간단히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세계라고 보면, 기술 발전과 함께 그 대상은 계속 확대되어 온 것이 사실"이라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부터 블록체인 기술 이후의 대체불가토큰(NFT) 등의 가상자산도 메타버스 범주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관심이 집중된 메타버스에 대해 "메타버스는 이미 예전부터 나와 있었던 기술과 산업"이라고 전했다.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환경에서 제페토 같은 RPG 플랫폼이 부각되면서 메타버스의 열기가 과열된 부분이 있다는 점이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버스 서울' 1단계 서비스 기자설명회에서 시연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세계 도시 최초로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한 서울시는 이날부터 메타버스 서울 앱을 통해 경제, 교육, 행정 등 분야별 서비스를 시작한다. 2023.01.16 yooksa@newspim.com |
이와 관련 오병철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온라인 네트워크가 물리적인 공간의 대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이 실감하게 됐다"며 "단순하고 파편적인 온라인 네트워크가 복합적이고 완결성을 갖춘 하나의 세계로 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도적으로 모색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최근에는 대면활동이 재개되면서 메타버스 산업의 동력이 다소 약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며 "다만 비대면 활동이 주는 장점을 사회가 충분히 경험하였기 때문에 엔데믹 전환 상황에서도 메타버스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메타버스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지원에 나선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오 교수는 "정부가 메타버스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정책 수단을 제도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법적 장애가 되는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는 점은 메타버스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예산 지원이 단발성이 되거나 악용될 수 있는 부분은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의장 역시 지원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글로벌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미국, 중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XR, NFT 등 메타버스와 밀접한 분야에서 관련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에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이 발표되고 지난해 1월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메타버스 전략을 수립했으나, 메타버스 주도권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책 강화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에도 신산업에 대해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글로벌 생태계 구축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 체계를 구축해 왔으며, 메타버스도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최근 'CES 2023'에서 보았던 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들의 도약도 매우 고무적이었으며 앞으로 이들이 더욱 성장하기 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자율규제 역할 통한 메타버스 생태계 마련해야"
지난 14일 메타버스산업진흥법이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일단 메타버스 산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동진 K-meta 본부장은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어서 메타버스 업계 입장에서는 기대가 크다"며 "메타버스라는 분야는 관련 기술이나 서비스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고 메타버스 특성이 개방성이나 역동성을 특징으로 하다보니, 메타버스에 대해서 전통적인 규제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이제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메타버스 서비스나 콘텐츠 관련해서 전반적으로 진행될때 플랫폼 사업자나 이용자,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플레이어간의 여러가지 관계를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풀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메타버스의 특성을 감안할 때 좀더 신속하고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규제 체계가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성대 SW·AI 캠프에서 진행한 메타버스 캠프에서 학생이 만든 VR 콘텐츠를 본인이 직접 시험해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2023.02.10 sona1@newspim.com |
이와 관련 유 의장은 "아직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이 완성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도 "메타버스 붐이 막 일어나던 2021년 5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과기정통부에 의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결성이 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는 931곳의 회원사를 두고 생태계 조성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유 의장은 "메타버스는 기술 발전과 함께 그 대상과 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있으므로 신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신산업의 경우 관련 분야 인력양성, 기술개발, 시범사업, 해외진출, 표준화 등 정부가 추진하는 진흥사업을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 역시 기업이 숨통을 틀 수 있는 자율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는 "99개의 지원책을 내놓더라도 1개의 규제가 있다면 그것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측면에서 메타버스 기업을 지원하고 돕는다고 한다면 오히려 자유롭게 경쟁력을 갖추고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진흥법에는 자율규제 부분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며 "메타버스 기업 자체가 스타트업이 시장을 견인하기는 쉽지 않다보니 대규모 기업이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율규제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메타버스 산업을 이끌 기업에게 자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들은 또 아직 메타버스 시장이 무르익지는 않았다는 데 공감했다. 갈수록 커지는 시장에 대응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 확보부터 우선 해놔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지상 의장은 "아직은 과열 경쟁을 걱정할 정도로 시장이 성숙해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다양한 AR, VR 단말기가 여러 기업에서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솔루션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디지털 시대여서 100% 소프트웨어로 돌아가기 때문에 모든 신호가 0과 1로만 표현돼 기술 융합도 쉽다"며 "인공지능(AI)은 이미 생활 곳곳에 우리와 함께하고 있으며 메타버스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기술의 융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며 "10년 후쯤 되면 6G, 클라우드 환경에서 주변의 모든 기기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을 할 것이며,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의 구분도 모호해지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세상이 펼쳐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이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모습 [사진=SK텔레콤] |
오병철 교수 역시 "게임적인 요소를 포함시켜 이용자가 드라마에서의 특정 역할을 수행해 스스로 드라마의 흐름을 결정하는 콘텐츠 등 기존의 정형화된 콘텐츠를 넘는 새로운 콘텐츠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나올 것"이라며 "이미 RPG게임이 존재하고는 있으나 그 선택의 폭은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한계를 넘지는 못하는 있어 향후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새로운 진행을 만들어가는 등 메타버스도 흐름의 확장성을 무한대로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동진 본부장은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기존에는 게임과 유사한 형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메타버스 비즈모델로 검토하는 방향이 B2B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많은 기업이 제조업이나 다른 전통산업 분야에 메타버스를 어떻게 적용하고 산업 효율성, 생산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기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제조 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사례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메타버스산업진흥법안과 가상융합경제법안을 발의해 합의안을 도출한 여야 국회의원들 역시 자율규제에 초점을 맞춘 진흥법안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새로운 가상세계 등을 통해 일자리가 생기고 정부와 민간이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가야 하는 차원에서 일단 시장을 키워야한다는 측면이 강했다"며 "규제가 들어가면 산업이 크질 못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자율적으로 규제를 하고 이후에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요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역시 "법은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것이 있고 규제로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는데 메타버스진흥법은 전자의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10년 뒤 전세계의 먹거리 산업이 메타버스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산업을 빨리 일으켜야 한다는 측면"이라고 전했다. 허 의원은 "앞서 CES 2023에서도 한국기업이 메타버스 기술의 저력을 보여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렇게 법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도 "앞으로 물리적인 현실과 가상과의 융합·결합은 계속해서 생활과 산업 전반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한 과정에서 토대를 마련하고 메타버스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법 제도가 이번에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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