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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가다] ① 위드코로나 경제회복 분주, 中 중화 동질성주입 안간힘

기사입력 : 2023년03월01일 18:13

최종수정 : 2023년03월03일 16:46

경제 작년 마이너스 3.5%서 5% 성장 목표
中, 고궁유물 대여 전시 중화가치 전파 주력
대륙과 인근 국가 유커 유치 위해 안간힘
민주화 시위, 위드코로나 시행에도 잠잠
마스크 착용 규정 폐지, 코로나시대 결별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3년 2월 23일 현재 중국 하이난성 관광도시 싼야와 홍콩간에는 코로나19로 끊긴 직항 노선이 미처 회복되지 않았다. 닷새간의 하이난성 자유무역항 취재를 마친뒤 홍콩에 들러가는 여정을 잡은 기자는 먼저 선전(深圳)시 바오안 공항에 도착한 뒤 뤄후(罗湖)구 세관에서 수속을 밟고 전철 육로를 이용해야 했다.

하이난성 싼야시 저우춘화(周春华) 선전 부장은 22일 저녁 하이난 자유무역항 외국 매체 팸투어단 저녁 만찬 자리에서 기자에게 약 일주일 후인 2월 28일 부터 싼야~ 홍콩간 직항 노선이 재개된다고 알려준 뒤 며칠 더 머물다 홍콩 직항으로 가라고 농담을 건넸다. 저우춘화 선전 부장은 싼야와 한국간에도 상반기중 항공 운항이 재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전 뤄후구에서 큐알 코드로 출경(출국) 수속을 하고 홍콩 구역쪽으로 이동한 뒤에는 전철 표를 사야했는데 위챗이 작동하지 않아 머뭇거리자 전철 역사 미화원이 나타나 홍콩 달러를 바꿔주겠다며 기둥 뒤로 소매를 잡아 끈다. 전철 표를 구입할 돈으로 중국 돈 100위안을 건네자 환율을 1대 1로 쳐서 홍콩달러를 내준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홍콩 몽콕 야시장 인근 거리의 환전상.  2023년 2월 24일 뉴스핌 촬영.  2023.03.01 chk@newspim.com

홍콩 구룡반도 쪽으로 향하는 지하철. 옆 좌석에 홍콩 여성 두명이 광둥화로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침사추이로 가는 빠른 길을 물으니 구룡탕 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라고 알려준다. 혹시 필요할지 몰라 홍콩 달러 좀 바꿔달라고 하자 좀 양심적인 이 여성들은 100위안을 110 홍콩 달러로 계산해 환전해준다.

구룡반도 침사추이 역 근처 호텔에 여장을 풀고 시내로 나가니 늦은 시간인데도 거리가 환하고 인파가 북적인다. 홍콩도 위드코로나 시행에 나섰음이 실감이 간다. 음식점과 술집들도 늦게 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길가 맥주 집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유리병에 담긴 물 담배를 피우며 밤중까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침사추이 거리의 중국 음식점을 찾아 요리를 시키면서 결제 수단을 묻자 위안화를 받긴 하지만 환율을 1대 1로 쳐주겠다고 한다. 위안화를 받아주는 것 만해도 큰 변화다. 오래전 홍콩을 오갈땐 홍콩 돈이 훨씬 강세 통화였고 어느 업소든 런민비(RMB, 위안화)를 내밀 경우 별로 달가워 하지 않았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본 홍콩항. 2023년 2월 24일 뉴스핌 촬영.  2023.03.01 chk@newspim.com

다음날인 24일 침사추이 지하철역에서 6홍콩달러 짜리 표를 구입한 뒤 중환역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중환역에서는 80 홍콩 달러의 요금에 택시를 타고 빅토리아 피크(태평산)에 올랐다. 코앞에 내려다 보이는 홍콩 국제금융센터 IFC 빌딩, 비취색의 홍콩 항구, 항구 건너쪽 왼편으로 보이는 홍콩 무역센터 건물.

몇년새 홍콩 특별 행정구의 수반이 존 리 행정장관으로 교체됐고, 서구룡 문화 예술구 홍콩 고궁박물관이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 보는 홍콩항의 풍경을 조금 바꿔놨을 뿐, 태평산에서 홍콩항 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전경은 크게 달라진게 없었다.

중국이 굴욕적으로 빼앗긴 땅 홍콩(구룡반도와 홍콩 섬)은 1997년 경제 번영과 서방 가치가 혼재된 모습으로 중국 공산당의 품에 돌아왔다. 중국 정부가 홍콩 흡수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홍콩 일각에선 민주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시위가 발생했고 적지않은 희생과 홍역이 뒤따랐다.

공교롭게도 2019년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자연스럽게 사회 이동 통제가 강화되면서 홍콩의 시위도 잦아들었다. 2월 23일 부터 3일 동안 홍콩의 명물 2층 버스와 지하철, 택시, 페리를 타고 곳곳을 돌아봤지만 대학가를 비롯한 시내 어느곳에서도 코로나 이전과 같은 시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코로나 기간중인 2022년 개장한 홍콩 서구룡의 홍콩 고궁 박물관. 2023년 2월 24일 뉴스핌 촬영.  2023.03.01 chk@newspim.com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홍콩 서구룡의 홍콩 고궁 박물관. 2023.03.01 chk@newspim.com

 

대신 사람들의 발걸음은 2022년 서구룡에 새로 개장한 홍콩 고궁박물관에 북적였다. 25일 오전 기자가 홍콩 고궁박물관을 찾았을때 학생들과 성인 단체 관람객들이 매표소 출입구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날 홍콩 고궁 박물관은 베이징의 고궁박물관 소장품 180만 점 가운데 914점을 엄선해 대여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섰을때 고궁 문물이 중화 문명 예술의 진수라고 강조하며 역사 인식에 대한 컨센서스를 계몽하는 게시물이 유난히 기자의 시선을 당겼다.

홍콩 고궁박물관의 건립과 고궁 유물 전시에는 서방의 민주가치를 향해 분산되는 홍콩 사회의 원심력을 제어하려는 의도가 감춰져 있는지도 모른다. 전시장을 돌아보면서 기자는 중국이 홍콩과 본토간의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시키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반대로 본토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홍콩은 많은 정책에 있어 중국 본토와 코드를 맞추고 있다. 2023년 1월 8일 부터 중국 본토와 격리 없이 왕래 할 수 있게 됐고 2월 6일 부터는 변경간 이동 제한도 완전히 풀렸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홍콩 번화가 침사추이 인근의 마스크  판매 전용 편의점.  2023년 2월 24일 뉴스핌 촬영.  2023.03.01 chk@newspim.com

대륙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2022년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3.5%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홍콩은 본토 관광객과 위안화 자본 유치 등을 통한 경제 회복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2023년 홍콩은 중국 본토와 비슷한 수준인 5% 경제 성장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뉴스핌 기자가 홍콩에 머물렀던 2월 23일~25일까지만 해도 홍콩에서는 대부분 장소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존리 홍콩 행정장관은 3월 1일 부터 실내외 어느 장소를 막론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홍콩이 코로나 마스크를 확 벗어 제낀 것은 2020년 7월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이 시행된 지 약 32개월 만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 폐지는 홍콩 사회가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완전히 복귀했음을 의미한다. 정책의 변화는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생업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기자는 베이징에 돌아와 이 소식을 기사화하면서 2월 24일 밤 홍콩의 몽콕 야시장을 돌아보고 침사추이로 돌아오던 길에 마주한 마스크 전문 편의점을 떠올렸다. 넓은 매장에서 마스크 한 품목만 팔아 수지가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 의무 착용 규정 마저 폐지됐으니 당장 업종 전환이 불기피해졌을 것이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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