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 최소화...법익균형성 갖춰"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회비모금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3일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제8조 제1항 등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회비모금' 부분에 대한 심판 청구를 기각하고 나머지 청구는 모두 각하하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대한적십자사는 2020년도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해 행정안전부에 전국의 만 25세 이상 만 75세 미만 세대주의 성명과 주소를 요청했다. 2019년 10월 행정안전부 장관은 적십자사에게 해당 자료를 제공했고 적십자사는 이를 바탕으로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를 발송했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는 회비모금 등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할 수 있고, 자료제공 요청을 받은 국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자료의 범위는 세대주의 성명 및 주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청구인들은 "대한적십자사가 정보 주체인 국민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받고 이를 회비 모금을 위해 활용해 왔다"며 이는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로 위법하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022년 10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위헌제청사건 공개변론에 자리해 있다. 2022.10.13 hwang@newspim.com |
헌재는 "적십자회비는 국민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모금으로 지로통지서 발송행위는 단순한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며 "단순히 착오로 인해 회비를 납부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로통지서를 발송하는 행위에 대한 심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은 자료제공을 요청받은 국가 등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를 고려해보면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사유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 준하는 경우로서 규율 범위를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아울러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시행령 조항은 궁극적으로 적십자 사업의 원활한 운영에 목적이 있다"며 "적십자사가 정부의 인도적 활동에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점, 남북교류사업 등 다른 법인들이 수행하지 못하는 특수한 사업들을 수행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며 과잉금지원칙에 반해서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 및 시행령조항은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이 사건 자료제공조항의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며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 사건 시행령조항이 회비모금의 목적으로 세대주의 성명까지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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