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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1시간 휴식없이' 주 64시간 근무 허용 추진

기사입력 : 2023년03월06일 09:01

최종수정 : 2023년03월06일 09:01

고용부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 발표
연장근로 '주 64시간' 허용…휴식 11시간 제외
워라밸 문화 조성 핵심…여소야대 국회는 난제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고용노동부가 주 최대 69시간 연장근로를 할 때 근로일 사이 11시간 의무 휴식시간을 없애는 대신 주 최대 64시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입법화에 나선다.

입법이 현실화할 경우 노사는 근무시간 협의 시 연장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한 '주 최대 69시간'이나 휴식시간 없이 '주 최대 64시간' 중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 고용부는 현재 일부 업종과 제도에만 근로자 건강권 보호조치를 적용했는데, 앞으론 연장근로 총량 관리에 나선 사업장 모두에 적용하겠단 방침이다.

◆ 70년된 노동법 바꿔 '근로시간 유연화'

고용부는 6일 이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근로시간 제도는 약 70년 전에 만들어져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고용부는 근로자 건강권을 보장하면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 시간 제약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장근로 총량관리 단위가 높아질수록 전체 근로시간은 줄어드는 방식이다.

70년 간 유지된 연장근로 '1주 12시간'의 칸막이를 제거해 노사가 근로시간을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고용부 측 설명이다.

더불어 연장근로로 인해 근로자 건강이 손상되지 않도록 연장 근로일 사이엔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도록 했다.

현재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이 적용되는 제도는 3~6개월 탄력근로제나 1개월을 초과하는 선택근로제, 일부 업종에 한정돼 있다.

따라서 고용부는 특정 제도·업종이 아닌 연장근로 총량관리 시 3중 건강보호조치를 의무화할 전략이다.

◆ '워라밸' 문화 조성…근로시간 기록 방식도 손질

고용부의 장기 목표는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쉴 수 있는 유연한 근무환경' 구축이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를 조성해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의 질을 제고하자는 큰그림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2023.03.06 yooksa@newspim.com

휴가 사용에 눈치 보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선택지를 늘리고, 휴가 촉진 문화도 확산하기로 했다.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저축했다가 휴가나 임금으로 받을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대표적이다.

해당 제도는 현행 근로기준법 제57조 '보상 휴가제'의 확대 버전으로, 구체적인 운영 기준이 없어 도입율이 5.1%(2021년 기준)에 그친 실정이다.

이에 고용부는 보상 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대체·강화하고, 연장·야간·휴일근로의 적립 및 정산 원칙 등 법적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휴가 활성화를 위해 '단체 휴가'나 시간 단위로 연차를 소진할 수 있도록 대국민 캠페인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징검다리로 연휴가 끼어 있을 때 팀이나 부별로 '눈치보지 않고' 휴가를 갈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더불어 기존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를 활용해 주 4일제나 시차출퇴근 등으로 더욱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개편할 방침이다.

선택근로제는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결정하는 제도다. 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정할 수 있어 소프트웨어(SW)나 아이티(IT) 업계에 적합하다.

고용부는 선택근로제 정산기간도 확대하고,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선택근로제 적용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탄력근로제 운영 방식도 개선해 실효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현행 6개월까지 가능한 탄력근로제의 경우 3개월 이내로 도입하기 위해선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사후 변경 절차가 미비해 제도 운영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2023.03.06 yooksa@newspim.com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고용부는 근로시간 기록·관리 방법도 재정비하기로 했다. 연장근로 총량관리 확대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근로자 1인당 근로시간 체크는 필수적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근로자 건강권을 강화하고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며 "정확한 근로시간을 토대로 일한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도록 근로시간 기록·관리 강화, 포괄임금·고정수당 오남용 근절을 포함한 종합 대책도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 '근로기준법 개정' 국회 문턱 숙제

고용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이날부터 내달 17일까지 입법 예고하고, 오는 6~7월 국회에 제출하겠단 방침이다.

다만 고용부가 추진할 정책이 대부분 법을 개정하거나 노사 자율로 도입해야 하는 것들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그동안 역대 정부마다 노동이나 연금개혁 과제를 제시했지만 실제로 달성한 경우는 드물었고,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 현재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통과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최근 노동개혁 과제로 인해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상승하는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향후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노동개혁 성공의 핵심 키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 장관은 "이번 정부 입법안은 경제규모 10위권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속도감 있게 제도 개편을 추진해 나가면서 근로자의 권리의식과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세 원칙이 산업 현장에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wimmi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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