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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⑮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기사입력 : 2023년03월09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3월29일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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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절제와 질서의 뿌리를 찾아

스웨덴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상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례 1. 철로결빙으로 열차가 4시간 연착합니다

여행 중 환승역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차역에는 백여 명 정도의 승객이 운집해 있었다. 연일 안내전광판과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벌써 30분 째 기차가 연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시간, 2시간, 3시간. 핸드폰을 보는 사람, 대합실에 설치된 TV를 보는 사람,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창구에 찾아가 언성을 높여 가며 항의 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평온한 여느 대합실의 모습이다. 4시간 30분이 되어서야 기다리던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선다. 땅거미가 떨어진 추운 겨울, 질서정연하게 탑승하는 모습은 5시간 가까이 기다린 사람들이라기보다 그저 평범한 일상적 여행객의 모습이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사례 2. 영하 15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네 사람들

11월 초 아침 8시. 많은 동네 사람들이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온 눈으로 온통 나무들이 눈꽃을 피워 아름다운 모습이다. 한적한 동네라 아침 배차 시간은 30분마다 하나씩 되어 있다. 정시에 오던 버스가 15분을 기다려도 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30분이 지났고 결국 그 다음 버스도 10분을 기다렸지만 나타나질 않는다. 총 40분을 기다린 것이다. 옆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차분해 보였다. 핸드폰만 열심히 들여다본다. 40분 기다린 나를 포함한 승객들은 그 때부터 약속이나 한 듯 택시를 부르거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지역뉴스를 보니 갑자기 내린 폭설 때문에 겨울 타이어로 교체되지 못해 버스가 곳곳에서 이탈 사고를 내 1~2시간 동안 버스가 배차될 수 없었다고 했다.

사례 3. 비행기가 안개로 착륙을 못 합니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여행 중 착륙 30분을 남기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짙은 안개로 비행기가 착륙할 수 없어 옆 도시에 착륙하도록 하겠습니다." 칼마르(Kalmar)라는 도시가 종착지였으나 옆 도시 론네뷔(Ronneby)라는 곳에서 내리게 되었다. 비행기 착륙시간은 밤 11시, 숙소까지는 1시간 정도 거리였다. 도착해 택시를 잡기 위해 모두 민첩하게 움직인다. 시내에서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대기시켜 놓지 않았느냐는 항의나 무책임하다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사례 4. 파업으로 비행기가 뜰 수가 없습니다

SAS 파일럿 노조와 사측의 임금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톡홀름 아를란다 국제공항에는 휴가를 떠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승객들이 긴장하며 타협소식을 애타게 고대하고 있다. 그런데 타협까지 이르지 못하고 파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휴가 계획으로 들뜬 마음으로 공항을 찾았던 승객들은 하나 둘씩 조용히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날 비행기를 타지 못한 승객의 수는 적게 잡아도 5000명이 넘었다고 저녁 뉴스에 나온다. 불상사나 항의 승객, 고함을 지르는 사람은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내면

스웨덴 멘탈리티(Svenska mentalitet)를 출판해 인기를 끈 민속학자 오케 다운(Åke Daun)은 이렇게 분석한다. 스웨덴 사람들의 내면에는 누구와 충돌하거나 주목받는 것을 회피하는 통제장치가 있다. 이를 그는 갈등공포증(Konfliktfobi)과 갈등회피(Konfliktundvikande)라 지칭한다. 자신의 큰 목소리에 누군가 받을 불쾌함이나 당혹감을 생각해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면전에 누구와 부딪힌 다는 것은 상상을 할 수 없다. 누구와 따지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오케 다운 교수의 분석은 이런 멘탈리티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로 향한다. 그의 분석은 이렇다.

다운 교수에 따르면 스웨덴 문화의 핵심에는 무엇보다 가정의 양육에 있다고 보았다. 스웨덴에서 부모의 자녀 양육은 특별하다는 것이다. 자녀를 보호해 주기 위한 최선의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피하게 하는 것이다. 틀과 규정, 그리고 제도에 대한 전수가 부모의 자녀에 대한 의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식당에서 뛰어 다니며 소리 지르는 아이를 보기 드물다. 크게 떠들거나 떼를 쓰는 아이를 부모는 예외 없이 아이의 눈을 보며 손으로 "쉿"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도 통제가 안 되는 아이는 바로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이런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목격한다. 식당이나,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대합실, 병원대기실, 민원실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의 모습이다. 하지만 내면에는 주위사람들과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들이 사회적 규범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잡았다. 기독교적인 전통이 내면의 세계형성에 깊게 자리 잡고 있고, 1940년대 이후 회자되기 시작한 얀테의 법칙과 라곰이 만들어낸 내적 평형상태에 이른 듯하다.

[사진=스톡이미지]

단 것을 토요일에만 주는 문화

스웨덴에서 아이들이 떼를 쓸 때 부모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얼까? 이 표현을 주로 쓴다고 한다. "쉿, 토요일 사탕을 생각해야지!" 더 떼를 쓰면 토요일 사탕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유추적 레토릭처럼 들린다. 막무가내로 떼쓰거나 우는 아이에게 이 한 마디는 즉각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토요일 사탕은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일주일의 최대 위안거리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함께 구디스(Godis, 젤리, 사탕, 초콜릿 등 단 것을 총칭)를 사는 것이 아이들이 있는 보통 집안의 주 중 행사다. 장 볼 때 주로 아이들이 함께 구디스 가게에 동행하는 이유다. 토요일(Lördag)과 결합한 단어 토요일 사탕(Lördagsgodis)은 대명사 형태로 사용된다. 아이들은 토요일 사탕을 먹기 위해 1주일 동안 순한 양처럼 부모의 말을 따른다. 연구에 의하면 2차 대전 당시 치아 건강을 위해 정부에서 자녀가 있는 가정에 권장한 공익 캠페인이 전 가정에서 시행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아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곳에 숨겨 놓고 혹시 찾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게 한다. 국민의 치아 건강상태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연구결과들이 나와 점차 스웨덴 전통으로 뿌리를 내렸다고 하는 가설들이 소개된다. 주말 함께 단 것을 먹는 것이 가족마다 즐거운 축제이자 작은 예식이 된 셈이다. 여전히 이 구디스 문화는 스웨덴 사람들의 정서를 관통하는 전통 중 하나다. 이 토요 구디스는 특히 아이들의 감정이 폭발할 때 달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을 다스리는 심리적 브레이크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결국 이 사탕예식도 규율을 가르치는 사회심리교육의 일환인 셈이다.

그들의 감정 통제에 대한 나만의 해석은 이렇다. 스웨덴은 2000년부터 정식으로 국가와 교회가 분리되었다. 이 전까지만 해도 1536년부터 정교일치 국가였다. 루터교를 받아들인 이후 교회는 국가의 통제 하에 있었기 때문에 온 국민들은 예배를 드리는 것이 의무였다. 성경을 읽게 하고 암기하도록 했다. 암기를 하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심리적 압박 뿐 아니라 회초리 등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는 역사책을 본 적이 있다. 또한 교회는 학교가 생기기 전까지 마을의 교육기관이었다. 마을 교회 교구장은 목사님이자 선생님, 그리고 결혼식 때 주재자였으며, 돌잔치, 생일파티 등 함께 하는 마을어른 역할도 수행했다. 내가 35년 전 스웨덴에 처음 갔을 때 동네 교구사무소에서 주민신고를 했던 기억이 난다. 목사님은 이장님이기도 한 셈이다. 이렇듯 교회는 국민들이 국가의 규율을 따르게 하고 기독교적으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끄는 가장 중요한 교육기관이자 마을 질서를 바로 잡는 규율 반장의 역할도 함께 수행했다. 500년 동안 국가 규율을 따르고 교회의 가르침을 실천하던 관행과 습관이 법과 질서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게 한 주요 원인이 아닐까 짐작된다.

기독교 문화적 설명도 사실 불완전하다. 내가 손해 볼 것이 확실한데 과연 참고 견딜 수 있을까? 인간은 이익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던가?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의 이유는 벌어진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금전적, 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상체계가 기본적으로 작동해야 그나마 마음이 너그러워 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들의 행정보상 제도를 들여다보았다.

[사진=게티이미지]

스톡홀름 시내버스의 경우 예정했던 여행에서 20분 이상 연착하면 2023년 기준 최대 1350 크로네(한화 약 15만원)까지 환불이 가능하다. 버스가 오지 않아 택시를 탔다면 사유서와 함께 영수증을 3개월 이내 고객 상담실에 제출하면 최대 환불금액까지 되돌려 준다. 그리고 3년 이내 영수증과 사유서를 제출하면 최대금액까지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도시마다 약간씩 절차와 규정은 달라도 비슷한 방법으로 환불 받을 수 있다. 기차의 경우 150Km 이상 여행할 때 20분 연착시 50%, 40분 연착시 75%, 1시간 이상일 경우 100%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

항공기의 경우 여행자 보험을 통해 추가되는 비용을 변상 받을 수 있다. 금전적 보상은 어떤 경우든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는 셈이다. 정신적 스트레스,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부분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중교통이나 열차, 항공편의 연착과 관련하여 병원치료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면 여행자보험이나 가정보험으로 어느 정도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만큼 시간이 더 소요되고 그 과정을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는 것이 현명하기는 하지만 권리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은 확실하다.

행정 결정의 편지에 담긴 내용

어떤 행정결정이든 서면으로 이루어진다. 행정법에 따라 행정결정 통지서는 다음의 문구를 담고 있어야 한다.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3주 내에 서면으로 재심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의 행정업무로 인한 예정된 손해 혹은 불이익에 대한 재심의 요청권은 시민들이 굳이 결정 기관을 달려가지 않아도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나 당연히 내지 않아도 될 세금 혹은 범칙금 등의 경우 재심의 요청권을 사용하면 된다. 스웨덴 행정법(Förvaltningslagen) 43조에 따라 반드시 서면으로 결정사항에 대해 3주 내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관에서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면 행정소송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행정심판절차는 3심제도로 되어 있어 행정대법원까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행정소송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사유로 선뜻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잘못된 근거 사유나 오판에 따른 행정결정에 대한 시정절차가 열려 있고, 결정 근거에 대한 설명과 유사한 사례에 대한 정보의 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굳이 결정권자에게 달려가 항의하거나 얼굴을 붉힐 일이 없어진 셈이다. 스웨덴에서 다양한 시 건축과와 환경과, 자동차 시험장, 세무서, 동사무소를 다녀 보았지만, 공공기관에서 언성이 높아지거나 불편한 입싸움들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행정결정 재심의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예기치 못한 실수와 결과를 인정하는 사회

어떨 때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의 멘탈리티의 핵심은 얀테의 법칙에 기반한 배려와 겸손의 미덕, 그리고 상호신뢰에 따른 선을 넘지 않는 행동에 기인한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이론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원인의 4가지 양상을 제시한 데보라 스톤(Deborah Stone)의 연구 '정책의 패러독스: 정치적 결정의 예술'을 보면 행위의 두 차원 (의도 목적적/비목적적) 그리고 행위결과의 두 차원(예기된 결과/비예기 결과)에서 4가지 사례가 나 올 수 있다.

명확한 의도와 목적에 따른 행위에 따른 원하던 결과(버스 기사의 높은 서비스 질과 승객의 만족도)
명확한 의도와 목적에 다른 행위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과(버스나 기차 운행이 갑자기 내린 폭설이나 기계의 고장으로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결과)
불명확한 의도 혹은 비목적적 행위에 따른 원하던 결과(우연히 친구가 구입해 준 복권이 1억에 당첨)
불명확한 의도 혹은 비목적적 행위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과(후진하는 자동차에 보행자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1번과 3번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소비자는 만족하는 경우이지만, 2번과 4번은 모두 원하는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불만족스럽거나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네 가지 예문 중 제일 심각한 경우는 4번에 해당한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거나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경우는 책임소재가 명백하다. 하지만 2번의 경우 아무리 목적적 행위라 해도 전혀 예측 못했던 상황, 예를 들어 자연재해(태풍, 눈사태, 폭설, 폭우), 타이어 펑크와 같은 예기치 못한 기계적 결함 등에 있어서는 불가항력 적이다. 스웨덴 사람들의 경우 2번에 매우 관대하고 이해력이 높다.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이 불편한 상황을 다른 사람과 언성을 높여 싸우거나 대들지 않고, 적절한 보상으로 만족하려 한다. 원인을 규명해 더 효율적인 대처를 위한 노력과 제도적 조치를 신뢰한다. 4번 경우에 있어서도 슬퍼하고 좌절하면서도 감정을 통제한다. 교회와 사회단체에서 제공하는 심리치료를 받거나 비슷한 시련을 겪었던 사람끼리 함께 위로 받으며 심리치료를 받거나,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법제화 운동과 경각심을 높이는 사회운동을 전개한다.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사람들의 경우 2번 상황에서 당장 그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데도 누군가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다. 2번과 4번의 경우 관련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소비자는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다. 가장 명확한 경우는 꼼꼼한 관련법규가 마련되어 있어 제공받지 못한 서비스나 경제적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을 때다. 그렇지 않고 떼를 더 쓰는 사람이나 적극적으로 항의한 사람에게만 배상이 제공되거나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너도 나도 그 행위에 동참하려 한다. 즉 잘 구축된 보상제도의 유무와 예기치 못한 실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완충장치, 원인규명과 추후 유사한 사고에 대한 효과적 대처 등의 유무와 신뢰정도가 사회적 반응의 차이를 보여준다.

2번과 4번의 경우 피해자를 위로하기보다 피해자 가족을 부추기거나 정부의 책임으로 전가하며 함께 투쟁하면 사회적 상처는 치유하지 못한 채 더 오래 지속되고 화를 더 조직적으로 키울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정치화 하면 안 되는 이유다. 정치의 영역은 책임 규명 과정의 투명화와 유사한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추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하고 시설 설치와 점검 등에 예산을 배정하도록 하는 노력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보상제도의 적절성, 희생자 가족을 위한 심리치료 서비스의 유무와 효과성, 엄청난 충격으로 생긴 국민들의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국민 정서 보듬기 등 국가의 화합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절제와 질서의 뿌리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의 연구서 '변화하는 사회의 정치질서(1968)' 와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의 연구서 '정치질서의 근원(2011)'에서 인지적 관성(Cognitive inertia), 즉 변화의 요구에 대한 완고성과 저항성이 강할 때 무질서와 폭력적 행태가 지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바뀌는 사회, 변하지 않는 사회, 지키려는 세력이 완강한 저항을 할 때 더 많이 분노하게 된다고 본다. 또한 이권이나 친분과 연결되어 거래하는 상호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와 가족 및 친척끼리 끌어주는 친족주의 (Nepotism)로 구성되는 후원주의(Patronage)가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이를 깨트리기 위해 격렬한 반항과 폭력이 더 쉽게 수반되어 질서가 파괴된다고 보았다. 이런 나라일수록 질서가 낮게 뿌려내려 정치민주화의 기반이 약하다고 보았다.

더 순간적으로 흥분하는 국민일수록 기다리지 못하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많은 시간 기다림이 있었지만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격하게 요구하면 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굳이 요구하거나 어필하지 않아도 규칙에 따라 다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정도나 똑 같은 수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굳이 반응을 할 필요가 없고 추후에 절차를 밟아 진행하면 된다.

후쿠야마는 질서 잡힌 국가의 3가지 조건으로 행정부의 능력, 법치, 민주적 책임성을 든다. 이 세 가지가 잘 작동하는 국가일수록 질서와 규칙이 잘 지켜지고, 약할수록 사회적 불안정 현상, 즉 저항, 항의, 감정 폭발 등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절제하면서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스웨덴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제도화와 관습화는 많은 시간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다. 더 좋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문화의 개조와 사회심리적 요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되는 이유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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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7·8호-부앙가 23호...환상 '흥부 듀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손흥민이 시즌 7·8호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드니 부앙가도 시즌 23호골을 넣어 '흥부 듀오'는 3골을 합작하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LAFC 손흥민은 2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에너자이저 파크에서 열린 2025 MLS 정규리그 서부 콘퍼런스 세인트루이스 시티SC와의 원정 경기에서 3-4-3 포메이션의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LAFC는 '흥부 듀오'의 활약을 앞세워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LAFC는 승점 53을 기록하며 서부 콘퍼런스 4위 자리를 유지했다. [세인트루이스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손흥민이 28일(한국시간) MLS 34라운드 세인트루이스 시티 SC와의 원정 경기에서 자신의 첫 번째 골을 넣고 '찰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5.9.28 psoq1337@newspim.com [세인트루이스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손흥민이 28일(한국시간) MLS 34라운드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자신의 첫 번째 골을 넣고 골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있다. 2025.9.28 psoq1337@newspim.com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전반 추가시간 시즌 7호골을 뽑아냈다. 그는 중원에서 단독 드리블로 페널티박스 왼쪽까지 돌파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후반 15분에는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수비수를 앞에 두고 오른발 슈팅으로 시즌 8호골을 추가, 이날 멀티골을 완성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MLS에서 8경기 만에 8골 3도움을 기록하며, 출전 경기마다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MLS 기록 기준으로 이번 4경기 연속골은 지난 2021년 12월 토트넘 소속으로 EPL 14라운드부터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 경기를 중계하던 현지 해설진은 "손흥민과 부앙가는 피할 수 없다(inevitable)"며 두 선수의 뜨거운 활약을 추켜세웠다. [세인트루이스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손흥민이 28일(한국시간) MLS 34라운드 세인트루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고 골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있다. 2025.9.28 psoq1337@newspim.com [세인트루이스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손흥민이 28일(한국시간) MLS 34라운드 세인트루이스 시티 SC와의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고 부앙가과 손을 마주치고 있다. 2025.9.28 psoq1337@newspim.com 손흥민과 함께 공격을 이끄는 드니 부앙가(31)도 전반 15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5경기 연속골로 시즌 23골을 기록, 리오넬 메시에 이어 득점 랭킹 2위에 올랏다. 두 선수는 최근 LAFC가 터트린 15골 중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경기 도중 손흥민과 부앙가는 높이 뛰어올라 하이파이브를 주고받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정상빈이 왼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며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정상빈은 전반 2분 수비 뒷공간으로 빠르게 침투하다 LAFC 골키퍼와 충돌하며 경고를 받았지만 경기 내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후반 20분 공격포인트 없이 교체돼 벤치로 돌아갔다. 이날 승리로 LAFC의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2022년 1월 지휘봉을 잡고 나서 통산 100승(36무 9패)째를 달성하는 기쁨을 맛봤다. psoq1337@newspim.com 2025-09-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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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이 타령'은 광복군의 희로애락"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신개념 국악 방송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4편이 26일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스팟(K·SPOT)'을 통해 공개됐다.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은 국악이라는 전통 예술 분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대중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려는 시도이다. 젊은 국악인들의 시선으로 전통음악을 재해석하고 현대사회 속 국악의 의미를 재조명하며, 소리꾼 최한이와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팝페라 가수 오윤석과 소리꾼 박나현, 김보성, 가야금 병창 박혜정 등이 출연한다.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의 제목 속 '작금(昨今)'은 역사적 사건과 역사적 인물 이야기를 국악으로 풀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작금(作金)'은 '금을 캐 부자가 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4편 '광복군'이 공개됐다. 본편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TV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SPO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 왼쪽부터 최한이, 김보성, 변상문. 2025.09.25 alice09@newspim.com 이날 제4편 '광복군'에서는 가야금 병창 박나현과 경기소리꾼 김보성이 함께했다. 4편 '광복군'에서는 의병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변 이사장은 "의병은 1907년 8월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된 후, 1919년 9월 상해 임시정부가 세워질 때까지 개인 신분으로 일제와 싸운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광복군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꼐 국군이 됐다"고 부연했다. 당시 독립군이자 광복군 출신으로 초대 국방부 장관을 맡은 사람은 이범석이며, 초대 국방부 차관은 최용덕이 맡았다. 제4편 '광복군'의 시대적 배경은 1944년 겨울이다. 변 이사장은 "평안도 출신 김준엽을 비롯한 1500여 명의 청춘은 평양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 제20사단에서 4주간 훈련을 받고, 당시 중국군과 전쟁 중인 일본군에 배치됐다. 그런데 이들 중 40여 명이 일본군영을 탈영하게 된다. 대표적 인물이 전 고려대 총장 김준엽, 창작과 비평 출판사를 운영했던 장준하, 임시정부 초대 군무총장 노백린 장군의 아들 노능서"라고 말했다. 최한이 소리꾼은 장준하의 '돌베개' 책 부분을 읽으며 "흥이 오르자 안익태 씨가 작곡한 애국가를 불랐다. 회식을 주관한 김주임은 사발가를 불렀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나오는 '사발가'는 1900년대 초부터 1910년 한일병탄 무렵까지 우리 민족의 울분을 노래한 곡"이라고 소개했고, 김보성 소리꾼은 가창을 시작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4편 '광복군'이 공개됐다. 본편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TV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SPO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김보성 소리꾼. 2025.09.25 alice09@newspim.com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4편 '광복군'이 공개됐다. 본편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TV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SPO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박나현 가야금 병창. 2025.09.25 alice09@newspim.com 탈영한 이들은 중국 국민당 정부 중앙육군군관학교를 마치고 중경에 있는 임시정부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김구 선생을 만나게 된다. 해당 자리에서 김성근이라는 청년은 '각설이 타령'을 부르게 된다. 박나현 소리꾼은 '품바'라는 가사가 들어간 '광복군 환영가'를 가창했다. 최한이 소리꾼은 이를 들은 후 "지금으로 말하면 타령은 강한 수능금지송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변상문 이사장과 최한이는 오늘의 '금맥'으로 "각설이 타령은 광복군의 희로애락 그 자체였고, 국악은 곧 군악이었다"고 정의를 내렸다. 올해 8월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특집 프로그램인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1화 '광복'은 총 4개로 나뉘어 방송됐다. 제1편은 '작금', 2편 '김구, 판소리 배우다', 3편 '이승만과 아리랑', 4편 '광복군'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최한이·변상문의 작금작금' 제4편 '광복군'이 공개됐다. 본편은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TV의 유튜브 채널 '뉴스핌TV'와 'K·SPO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 왼쪽부터 최한이, 김보성, 변상문. 2025.09.25 alice09@newspim.com 앞서 제1편 '작금'에서는 성악가 오윤석이 참석해 한국 가곡 '선구자'를 가창했다. 변사로 나선 변상문 이사장은 '가곡'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가곡'을 우리나라 전통 성악곡의 하나로, 피리나 거문고, 해금 따위의 관현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라고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뒤죽박죽 돼 있고 뒤섞인 개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곡은 국악"이라는 답을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제2편 '김구, 판소리 배우다'에서는 김구 선생이 왜인을 살해한 후 옥중 생활을 하며 만난 조덕근으로부터 시조와 여창 가곡, 남창 가곡, '경기 12잡가', '선유가', 판소리 '적벽가'와 '춘향가'를 배운 내용이 담겼다. 변상문 이사장은 "백범 김구는 판소리 '춘향가'를 배웠고, 판소리 '농부가'와 '갈까부다'를 즐겨 불렀다"고 말했다. 이에 최한이 소리꾼은 "판소리는 원조 K팝"이라고 정의했다. '이승만과 아리랑'이라는 제목의 제3편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93년 2월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연맹 본회의에 참석한 후 식사 자리에서 초대 대통령의 영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를 만난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대통령은 프란체스카 여사에게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아리랑'을 불러줬다. 이에 최한이 소리꾼은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우리의 소리이다. '아리랑'은 한민족 DNA이다. 슬플 때는 발라드로, 기쁠 때는 찬가로, 힘들 때는 떼창으로, 인생사 희로애락의 뮤지컬로 시류를 편승하는 살아있는 맥"이라고 강조했다.   alice09@newspim.com 2025-09-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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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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