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中 중재로 베이징서 협상 타결
이란, 서방 압박 고립 탈출구 확보
中은 중동내 영향력 확대 성과 메시지
사우디 '탈 미국' 행보 가속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중동의 주도권을 두고 대립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10일(현지시간) 7년만에 관계 정상화하기로 10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지난 6일부터 중국의 중재아래 베이징에서 협상을 진행해온 양국은 이날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2개월내 대사관을 다시 상호 개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주국으로서 오랜기간 앙숙관계였고, 지난 2016년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 대사관 습격 사건 등을 계기로 단교했다.
2021년 이후 이라크와 오만의 중재로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이 진행됐지만, 최근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면서 결정적인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 중국 외사판공실 주임(가운데)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협상 대표와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수교 재개를 발표한 공동성명도 사우디, 이란과 중국의 3자 명의로 발표됐다. 성명은 이번 합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국 우호 증진을 위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열린 협상의 결과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합의는 서방, 특히 미국에 외교적 일격을 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단 이란은 핵 개발과 관련한 서방의 강도높은 제재·고립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미국과 서방은 이란의 핵 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핵 합의에 복귀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종용하면서 강도 높은 제재 압박을 유지해왔다.
여기에 최근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자폭 드론 등을 수출하며 밀착행보를 보이자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됐다.
미국내 싱크탱크인 아랍 걸프국가 연구소의 알리 알포네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막다른 골목에 직면해 있고, 러시아에 무기 수출로 유럽으로부터 외면 받던 이란이 주요한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이뿐 아니다. 중동의 맹방이었던 사우디의 이탈과 중국의 중동내 영향력 제고도 뼈아프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을 타결지으면서 중국은 중동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으며, 지역내 유력 국가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서방에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3연임 과정을 매듭짓고 미국과의 일전을 다짐한 시 주석의 주요한 외교적 승리로 평가되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12월 사우디를 국빈 방문해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면서 중국-아랍 정상회담도 개최하는 등 중동에서의 입지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공을 들였다.
한때 미국의 든든한 맹방이었던 사우디도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중국과의 우호와 협력 증진에 나서는 행보를 보였다. 이번 수교 협상 결과도 사우디가 미국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중국과 밀착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사우디와 이란의 수교 정상화 협상 타결은 베이징의 외교적 승리이자, 미국에 씁쓸한 패배를 안긴 셈이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