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동훈 책임론 거론하며 탄핵 주장
한동훈 "잘못된 내용의 법 막는게 장관 책무"
법조계 "헌재, 법안 위법성 심리 없이 각하 유감"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효력을 인정한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야당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사퇴 촉구와 함께 탄핵을 주장하며 그가 내놓은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또한 문제 삼고 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재가 법안의 위법성을 판단하지 않은 채 각하한 것을 두고 유감을 표명했다.
궁지에 몰린 한 장관이 시행령에 이어 수사준칙 개정 등을 통해 위기를 모면할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3.02.28 yooksa@newspim.com |
◆ 체면 구긴 한동훈…민주당은 탄핵 거론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3일 법무부·검찰이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 판결했다. 한 장관에게 심판을 청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으며, 검사들의 권한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를 하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법안 입법 과정에서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은 인용했다. 입법 절차의 위법성만 인정한 것이다.
검찰개혁을 목표로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헌재 판단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 장관과 검찰이 수사권을 복구할 법률상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 장관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탄핵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일개 국무위원이 국회 입법권에 정면 도전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며 사퇴를 거부하면 국회 차원에서 탄핵 추진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장관은 공식 입장을 통해 "자기편 정치인들 범죄수사 막으려는 잘못된 의도로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 등 잘못된 절차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등 국민에게 피해 주는 잘못된 내용의 법이 만들어졌을 때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법무부장관의 책무"라며 "민주당은 작년부터 제가 그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버릇처럼 저에 대한 탄핵을 말해왔습니다만 탄핵이 발의되면 당당히 응할 것"이라고 맞섰다.
한 장관은 취임 이전부터 논란이 됐던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그는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 직접 참석해 "법안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박탈해 고발을 통해서나마 범죄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법안 시행에 맞춰 법무부 시행령을 개정해 기존 경제·부패 범죄로 축소된 검찰 수사권을 일부 복원했다. 최근에는 검찰의 보완수사와 재수사 요구 범위를 넓히기 위해 수사준칙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하위법인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권) 축소를 원상 복구하는 시행령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고 얘기하는 건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헌재 판단과 별개로 시행령 유지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이 무효가 되면 시행령도 무효가 될 수 있지만 법률이 유효한 상태에서 시행령만 문제되진 않는다"며 "시행령의 위법성을 주장하려면 헌재가 이에 대해서 별도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범죄 수사는 경찰로 넘어왔지만 부패 범죄는 여전히 검찰이 담당하는 상황에 혼선이 생길 수 있었다"며 "이를 시행령을 통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2.05.03 pangbin@newspim.com |
◆ 법조계 "헌재 판단 유감, 비판 피할 수 없을 것"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재가 법안의 위법성을 따지지 않은 채 각하 판결한 것을 두고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한 헌법 전문가는 "법무부장관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적격성을 인정하지 않아 각하할 순 있다"면서도 "검사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을 결정을 내리더라도, 본안 심리를 통해 검수완박 법안으로 인해 권한 침해를 받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일부 인용하면서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 등 입법 절차의 위헌성은 인정해놓고 법안의 효력은 유지하는 판결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 장관과 검사들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을 기각했더라도 본안 심리를 통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또한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과정과 절차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어도 결과는 정당하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결정이자 궤변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도전이며 파괴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현재의 결정으로 수사권과 소추권이 검사의 전유물이 아니고 헌법이 검사에게 권한을 독점하게 하지 않았으며 국민이 위임한 국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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