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핵무장 막으려면 적절한 확장억제 보장 의무"
"전술핵 재배치 최선의 방법은 아냐"
"北, 이미 비핵화에 관심없어...안전보장으로 설득해야"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 참모 출신인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 재단 소장은 뉴스핌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최근 한반도와 한미 관계 등의 이슈가 양국 정상회담 한 번으로 해결될 수 없을만큼 복잡하다면서 장기적인 논의와 소통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누치 소장은 미 상원 외교안보 전문위원(1997년~2012년)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선 후보 캠프 한반도팀장 등을 지냈고,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에 그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 대표적인 '바이든 사람'으로 통한다.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드 재단 소장. [사진=맨스필드 재단] |
자누치 소장은 이밖에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에 적절한 확장된 핵 억제 능력을 보장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은 이미 핵무기 개발 진전으로 '비핵화' 외교에는 관심이 없어졌다면서 북한 정권 입장에서 안보보장 등의 이슈가 제기돼야 외교 협상 테이블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자누치 소장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오는 4월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합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국빈방문 초청의 의미와 기대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윤 대통령은 또한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기 위한 실질적인 핵 억지력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핵 이용 협정에 관심을 갖고 있고, 경제·무역 협력 강화 등 양국간에 풀어야할 현안 등도 많습니다.
▲나는 바이든 행정부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범위에서도 한국을 중요시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실제로 "글로벌 중추 국가"이며, 미국은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번영을 구축하기 위해 고안된 원조와 투자 이니셔티브를 통해 남태평양과 같은 지역에서 더 많은 일을 할 것을 한국에 요청했습니다. 한미동맹 70주년은 한국의 눈부신 발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또한 한국의 활기찬 민주주의와 인권 및 국제질서에 대한 헌신을 기념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한미간의 복잡하고 많은 현안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복잡한 문제들은 오랜 기간 상호 검토하고 대화를 해나가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과 도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 내에서는 자체 핵무장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지면 자체 핵을 보유하거나 미국에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앞으로 이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합니까?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엄숙한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조약의 의무와 함께 한국에 일관되게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한 확장된 핵 억제 능력을 보장해야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미국은 (잠재적으로)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하는 것을 포함해 한국과 함께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 옵션은 젼략자산(잠수함, 전략 폭격기)을 주기적으로 이 지역에 배치하는 것을 포함하여 병합된 억제 전략이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현재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이나 기존의 핵우산 정책이 충분히 강력하다고 생각합니까? 향후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다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거듭 말하지만,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은 여러 옵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최선의 첫 번째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한국을 공격할 다양한 전술핵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각종 핵 무기를 남한에 사용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북한이 미국과 남한과의 외교를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북한은 수십 년동안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북한 핵 프로그램의 기원은 적어도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프로그램은 첫째, 미국 주도의 대북 침략이나 핵공격에 대한 억지력, 둘째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깊이 관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강압적인 힘, 셋째는 북한이 존경할 만한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들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과 세계에 보여주는 리더십을 위한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기 이전인 2000년대 초에는 핵 프로그램을 다른 형태의 안보 및 경제적 이익과 맞바꾸는 것을 기꺼이 고려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것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은 제재 완화나 안전 보장을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북한이 한미 외교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 주제가 '비핵화'가 아닌 북한 입장에서 '평화와 안보'일 경우에만 가능할 겁니다. 북한은 "비핵화" 논의에 이제 관심이 없습니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재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북한과의 외교를 위해 제재 완화를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제재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고, 북한 지도부가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자신들의 방향을 바꾸도록 만드는데도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제재로 인해 북한이 첨단 핵무기와 운반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특정 핵심 기술에 접근하는 속도가 느려졌지만 결국 북한은 가장 강력한 제재조차도 우회할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게다가 북한은 군사 프로그램의 자원을 경제 개발로 돌리지 않고 자국민들을 굶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미국과 한국, 유엔은 제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재는 북한의 핵개발 방향을 바꾸도록 하지는 못할 겁니다. 다만 북한의 핵개발 속도는 늦출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에 핵개발에 대한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어기고 핵무기 개발을 고려하는 다른 국가들에게 그같은 결정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제재 완화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거나 제한하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적 협상을 가능토록 하는 그 일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2년간 대북정책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동안 실제 성과도 없었고, 바이든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뒤로 밀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 방식은 동맹국과의 조율에 초점이 맞춰졌고, 한미일 간 정책 조율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바이든 팀은 북한과 어떠한 대화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제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나 '무조건 회담'을 제의하는 것 역시 북한이 비핵화 논의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팀이 비핵화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로 회담 목표를 바꾸기 전까지는 북한이 대화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갈등을 극복하고 관계 개선과 협력 강화를 다짐했습니다. 이것이 미국의 한미일 3각 동맹 추진과 대중국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까?
▲한일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여러 가지 목적에 도움이 됩니다. 그것은 억제력을 강화합니다. 또 경제적 성과를 향상시키고 규칙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강화합니다. 또한 정보를 공유해서 만일의 사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첫날부터 한일관계 강화를 우선 과제로 삼았고, 워싱턴은 최근의 진전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 핵실험을 막고, 비핵화를 위해 역할을 수행하라고 촉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북한을 두둔하거나 지원하고 있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조치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앞으로 북핵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십니까?
▲중국은 당분간 북한이 미사일과 새로운 핵무기 실험을 계속하더라도 이를 응징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들이 중국의 이익에 대한 위협으로 보지 않으며, 중국이 나서더라도 북한의 추가 핵실험 진행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현실적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지속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 모든 회원국들에게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민감한 기술과 이중용도 부품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것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태도는 장기적으로도 북핵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중국의 의지에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