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5월 긴축 숨고르기 후 6월 인상, 잃을 것 없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음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깜짝 동결한 뒤 6월 인상을 시사할 가능성이 대두됐다.
연준은 오는 5월 3일 금리 결정에 나서는데, 현재 시장에서는 25bp(1bp=0.01%p) 인상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연준이 주목하는 인플레이션 추세가 긴축을 종료할 만큼 둔화되지 않았고, 고용시장도 아직은 뜨겁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미국 은행권 위기가 재점화된 최근 전문가들의 금리 시나리오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워싱턴 신화사=뉴스핌] |
◆ '긴축 숨돌리기' 잃을 것 없어
26일(현지시각) 마켓워치는 연준의 5월 추가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으나 최근 5월 동결 시나리오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부터 긴축 전력 질주를 해 온 연준이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탠다드차타드 북미 매크로전략 대표 스티브 잉글랜더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반영하고 있는 내주 금리 인상 가능성이 90%로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5월 FOMC 이전에 확실한 인플레 둔화 신호가 나오지 않는 한 "5월 금리 인상을 잠시 멈췄다가 6월에 올리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말 FOMC 이후 연준이 수집할 수 있는 경제 지표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긴축을 잠시 멈춰야 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연준이 작년 3월 이후 쉬지 않고 9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해 증시 투자자들을 비롯해 시장은 금리 인하로 일찌감치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준이 5월에는 금리 인상을 잠시 멈췄다가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 달아오르던 시장 내 금리 인하 논의를 식힐 수 있다는 점도 5월 동결설에 무게를 싣는다.
전문가들은 5월 금리 인상을 멈추면 긴축 효과를 제대로 판단할 시간을 벌 수 있고, 그 사이 연준이 경제 전망 등을 통해 추가 인상 리스크를 충분히 시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시간 기준 4월 27일 오전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사진=CME그룹 데이터] 2023.04.27 kwonjiun@newspim.com |
◆ 은행 위기 재점화도 '동결 서프라이즈'에 무게
한국시간 기준 27일 오전 현재 금리 선물 시장은 5월 동결 가능성을 단 27.3%로 잡고 있다. 25bp 인상 가능성은 72.7%다.
최근까지 연준 관계자들 상당수의 발언 역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에 맞춰졌던 만큼 5월 금리를 동결할 경우 시장에는 서프라이즈가 될 수밖에 없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은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5월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고,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정도가 침체 가능성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데 그쳤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기적 헤지펀드들 역시 연준의 금리 인상 장기화 가능성에 베팅하며 미 국채 10년물 선물 순매도 계약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 예금 대량 인출로 재점화하고 있는 미국 은행권 위기 가능성 등은 동결 당위성을 점차 키우고 있다.
최근 공개된 1분기 보고서에서 FRB의 예금 보유액은 1045억달러로 작년 말 대비 720억달러(4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월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450억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였다. 특히 지난달 JP모간 등 대형은행 11곳으로부터 수혈 받은 300억달러의 자금을 감안하면 실제 감소액은 1000억달러가 넘는데, 뱅크런 우려가 커지면서 전날 FRB 주가는 50% 가까이 급락했다.
에버코어ISI 부회장 크리쉬나 구하는 FRB와 관련한 앞으로 며칠 간의 상황이 연준의 5월 동결 및 6월 인상 시나리오를 가능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대 경제학 교수 브라이언 베튠은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누그러지면서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자신이 FOMC 위원이라면 당장 금리 동결에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 긴축이 과도할 수 있다면서, 다만 긍정적인 측면은 3~6개월 전보다 연준의 연착륙 달성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분석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