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영업이익 6조4667억, 상장사 1·2위 기록
"정 회장 3년, 순혈주의 바꿔 융합 통해 시너지 효과"
과제는 부족한 미래차 부품업체 성장과 중·러 재도약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현대차그룹이 또 다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 9.5%, 기아 12.1%의 글로벌 탑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삼성전자·LG전자·포스코 등을 제치고 상장사 영업이익 1·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1분기 매출액 37조7787억 원에 영업이익 3조5927억 원에 통상 5~6%대였던 영업이익률이 무려 9.5%를 기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제공=현대자동차] |
기아는 1분기 매출 23조6907억 원, 영업이익 2조874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2.1%에 달했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한 1분기 영업이익은 무려 6조4667억 원이었으며 영업이익률은 10.5%로 지난 2012년 2분기 10.9%를 기록한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이 이같은 실적을 거둔 것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정체됐던 고부가가치 차량의 생산이 늘어 제네시스와 전기차, SUV 위주의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를 정점으로 안정화된 원자재 가격이 향후 반영되면 2분기 이후의 실적이 더 좋아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또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의 본산인 미국과 유럽에서 상을 휩쓰는 등 품질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 역시 이같은 성과를 뒷받침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호성적에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이 원인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순혈주의로 대변되던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 시대에서는 외부 인재 수혈과 M&A 등으로 유연해져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적합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사진= 뉴스핌DB] |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대에 맞는 리더십으로 정 회장은 융합에 강점이 있다"며 "기존 완성차 제작사들은 시스템이 굳어있는데 정 회장 3년 만에 내부 구조, 직제 개편을 했고 연구소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전 정몽구 회장 때는 순혈주의의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인수 합병과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라며 "아직 조직의 문화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회사라는 개념을 벗어나 모빌리티라는 큰 개념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기차 등 미래 기술의 퍼스트무버가 되고 있고, 내연기관차도 제네시스를 프리미엄급으로 가면서 현대차·기아가 놀랄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라며 "이같은 그룹에서는 총수의 역할이 중요한데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면서 시스템을 잘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정몽구 회장 시대와 달리 정의선 회장은 교과서적인 경영을 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전략적 제휴도 하고 M&A도 하면서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정 회장의 리더십을 미래에 대한 선견지명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아 대표이사 재직 시절 국내 RV 시장 위축과 환율 하락으로 기아의 적자가 이어지자 세계 3대 디자이너로 알려진 피터 슈라이어를 유럽까지 찾아가는 등 설득해 디자인 부문 책임자로 임명했고, 그 결과 기아만의 디자인을 담은 '호랑이 코' 패밀리룩이 탄생했다.
고급차 제네시스 런칭도 직접 이끌었다. 2018년 그룹의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적극적인 인재 영입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점이 그룹 내에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대표 전기차 아이오닉6 [사진= 현대자동차] |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강력한 추진력 등과 함께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판단이 빨랐다"라며 "우리가 현재 도전하고 있는 전동화 등은 정 회장에 의해 진행되지 않았다면 지금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뒤늦게 따라갔다면 도약할 수 없는데 발 빠르게 미래에 대한 선견지명과 예측을 갖고 추진한 것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향후 과제에 대해서는 현재 부족한 미래 자동차의 부품업체 투자와 현재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는 중국 및 러시아 시장에서의 재도약이 꼽힌다.
이항구 원장은 "현대차그룹이 과거 2012년 경에도 두 자릿수 수익률이 난 적이 있었는데 이후 하락세를 그렸다"라며 "자만해서 엉뚱한 곳에 투자하지 말고, 지금은 미래 자동차 기술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현대차의 투자액은 경쟁사에 비하면 많은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미래자동차 인재와 공급망이 불안한 것이다. 미래차를 만드는 부품업체가 200개 밖에 안된다. 이번에 돈 번 김에 대대적으로 미래차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더 도약하려면 양적과 질적 팽창이 둘 다 필요하다"라며 "양적으로도 토요타와 같이 1000만대 생산 구조가 돼야 하는데 이것이 되려면 중국과 러시아에서 도약해야 하고,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도 역시 점유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