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끊이지 않는 손흥민에 대한 인종 차별에 토트넘이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지난 7일(한국시간) 토트넘 홈구장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의 경기 후반 44분 교체 아웃되는 손흥민에게 팰리스 원정 팬이 동양인 비하를 의미하는 눈 찢는 동작을 했다. 해당 장면이 SNS 및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산되며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날 퇴장하는 손흥민은 주심의 지시에 따라 벤치 반대편에서 관중석을 지나 걸어나와 팰리스 원정석앞을 지나야 했다. 몇몇 팰리스 팬들이 야유하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폭력적 제스처가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안전 관련 관계자를 불러 뭔가를 알리는 듯한 모습도 함께 포착됐다.
7일 (한국시간) 팰리스전에서 인종차별 행위를 당한 손흥민. [사진 = 뉴스핌 DB] |
토트넘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전날 경기에서 일어난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을 인지하고 있다"며 "경찰, 팰리스 구단과 협력해 수사하고 있으며 개인 신원을 확인 중이다. 시즌 초 손흥민에 인종차별을 한 첼시 팬의 사례처럼, 유죄가 인정될 경우 가장 강력한 조치를 받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트넘 서포터즈도 "크리스탈 팰리스 구단이 이 관중을 가려내 평생 출입금지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분노했다. 팰리스 역시 "우리 구단은 그러한 행동을 용인할 수 없다. 해당 팬을 특정하는 대로 구단 차원에서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미어리그는 인종차별행위에 대한 반대의지를 수차례 천명해왔다. 경기장에서 인종차별행위를 한 관중이 특정될 경우 해당 경기장 3년 출입금지 등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있지만 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에 대한 차별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 도중 코너킥을 차기 위해 이동하던 손흥민에게 한 첼시팬이 상의를 벗고 눈을 옆으로 찢는 동작을 했다. 당시 런던 치안법원은 이 30세 남성에게 벌금 726파운드(약 113만원)와 함께 3년간 축구 관람을 금지하도록 명령했다. 치안법원은 "인종차별적 행동은 단순히 해롭기만 한 게 아니다. 팬들과 선수들이 스포츠를 즐기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축구의 정신을 훼손한다"고 덧붙였다. 첼시 구단은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해 무기한 경기장 출입 금지 징계를 자체적으로 내렸다.
이러한 치안당국과 각 구단의 노력에도 8년째 EPL에서 뛰는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은 끊이질 않았다.
지난 2월 웨스트햄과의 홈 경기에서는 리그 5호골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견인하자 웨스트햄 팬들은 손흥민에게 개고기 송을 부르고 욕설을 가했다. 지난 1일 리버풀전에서는 영국 스카이스포츠 베테랑 해설가 마틴 타일러가 손흥민의 반칙 상황을 '무술'에 비유하기도 했다. '무술'은 동양에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태권도, 쿵후, 유도 등을 이야기할 때 쓰는 단어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아시아 출신 손흥민의 반칙을 '무술'이라고 언급한 것은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팬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이 잇따르자 현지 한 인권단체까지 나서 "손흥민이 혐오스러운 차별을 견디는 건 처음이 아니다.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날 때까지 차별적 학대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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