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소재사, 미국 규제 강화 시 중국 지분 전량 인수 계획도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국내 배터리사들이 중국 기업과 손 잡고 원자재 자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조 단위 투자에 나섰다.
배터리 양극재. [사진=LG화학] |
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 주요 양극재 업체들이 중국과 국내에 공장을 짓는 등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해 전구체 밸류 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전구체는 배터리 단가에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재료다. 전구체에 리튬과 접착제 등을 섞어 양극재를 만든다.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구체 생산 기지가 국내에 설립되면서 배터리 원자재 내재화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전구체의 국내 생산 비중은 약 13%에 불과하다.
LG화학은 세계 최대 코발트 채굴 업체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북 군산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올해 착공에 돌입해 2026년까지 1차로 연산 5만 톤(t) 라인을 구축하고, 향후 2차로 5만t을 추가해 연간 10만t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전구체 10만t은 전기차 100만여 대에 필요한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퓨처엠도 화유코발트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1조2000억원을 들여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라인을 2025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투자로 니켈·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자체 공급망 구축을 꾀한다.
에코프로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옛 에코프로GEM)은 지난 3월 중국 거린메이(GEM), SK온과 새만금에 1조2100억원 규모의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이 협약으로 3사는 합작사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 설립하고, 연내 공장 착공에 돌입해 2024년 말 1차로 연간 약 5만t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에코프로는 지난해 11월 SK온, 중국 GEM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니켈 원광으로부터 전구체 원료가 될 수 있는 니켈 MHP(니켈 수산화혼합물·Nickel Mixed Hydroxide Precipitate) 생산 공장 설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3사는 2024년 하반기부터 연간 약 3만t의 니켈 MHP를 양산하게 된다.
인도네시아 합작 법인에서 생산한 니켈 MHP는 국내로 반입해 이번에 신설하는 합작법인의 전구체 원료로 사용될 전망이다. 생산된 전구체는 북미 에코프로비엠이 설립 예정인 양극재 법인에 공급된다. 이번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에코프로는 안정적으로 니켈을 수급하고, 전구체 공급망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왼쪽부터 지앙 미아오(Jiang Miao) GEM 부총경리, 신영기 SK온 구매담당, 박상욱 에코프로 부사장. [사진=에코프로] |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양극재 핵심 소재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LG엔솔은 중국 수산화리튬 제조 선두 업체인 야화(Yahua)와 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에서의 수산화리튬 생산 협약을 지난달 맺었다. 아프리카 대륙 북단에 위치한 모로코는 미국,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다.
중국이 한국 기업과 국내에 전구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는 이들 소재가 IRA 세부 지침상 배터리 '부품'이 아닌 핵심 광물에 준하는 '구성 소재'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IRA 세부 지침에서 배터리 부품을 음극판, 양극판,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셀, 모듈 등으로 정의했다.
여기에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채굴한 핵심 광물도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가공하면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도 FTA 체결 국가 중 하나다.
다만 미국이 해외 우려 단체(FEOC)의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이 포함된 전기차를 2025년부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는데, 아직 이에 대한 규정이 나오지 않았다. 만약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이 IRA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 소재사들은 미국의 규제 향방에 따라 중국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방안을 내놓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IRA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업체 화유코발트와 JV를 추진하는 이유는 화유코발트가 원재료 소싱 구축에 있어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중국 지분이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규정되는 등 필요시 화유코발트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