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컨퍼런스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역대 경제 원로들이 재정의 건전성을 담보하지 않은 채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권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한국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강경식, 전윤철, 진념, 현오석, 장병완, 최경환, 유일호, 홍남기, 변양균 등 9명의 역대 경제부총리·장관들을 비롯해 30여명의 경제원로들이 참석했다.
경제 원로들은 경제가 어려울 수록 '건전 재정' 기조를 견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노무현 정부 후반기(2006년~2008년) 기획예산처 장관을 역임한 장병완 전 장관은 "경제에 관해서는 왕도가 따로 없다"며 "기본으로 돌아가자 하는 것이 당시 모든 정책의 초점이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페이몬트호텔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에서 행사시작에 앞서 역대 부총리, 장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2023.05.25 photo@newspim.com |
이어 "다만 과거와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 위기는 정책의 위기보다는 통합, 사회 갈등의 문제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며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고립주의적 상황으로 바뀌는 시대 상황의 변화도 있지만, 국내적으로도 이러한 위기 극복의 힘을 단합할 수 있느냐 없느냐 문제가 더 큰 과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치권 일각에서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 재정을 마르지 않는 샘물인 것처럼 생각하는 주장들이 많이 제기가 되고 있다"며 "그건 조사모사처럼 저녁에 먹을 걸 낮에 땡겨서 먹으면 저녁 사람들은 굶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장 전 장관은 "국민들의 눈을 속이는 정책이 돼서는 안 되고, 그런 측면에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다 하면 추경을 해야 하는 건데 그거 자체가 너무 일상화됐다"며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정치권에서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것을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유일호 전 부총리는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불요불급한 곳에만 지출하는 재정 기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 전 부총리는 "옛날 같으면 재정을 확대하는 식으로 해야 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며 "어렵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정도 꼭 필요한 곳에 풀어주고 소위 불요불급한 것을 줄여야 한다"며 "전체적인 재정의 쓰임새는 부채를 걱정하는 방향으로 하되 필요한 부분은 쓰는 식으로 지혜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1년 김대중 정부 초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었던 진념 전 장관도 정치권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진 전 장관은 "예비타당성 대상 기준을 1000억원으로 올리는 데만 여야 국회의원들이 박수치고, 합의하고 그게 정치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예타 제도는 1998년 제가 만들었다"며 "20년이 되니 500억원을 1000억원으로 올린다는 건 나름 의미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건전 재정 원칙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 전 장관은 "이걸 제껴놓고 1000억원으로 합의하고, 예타를 면제해주는 게 특혜를 받는 것처럼 그런 정신을 가지고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2000~2002년)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낸 전윤철 전 장관은 한국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의 창의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공공부문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전 장관은 "그동안 우리는 국가 주도의 개발 전략을 써왔는데, 그런 타성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며 "이를 극복해야 하고, 블루오션을 빨리 찾아 성장 잠재력을 배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간의) 창의력 개발을 통해 국가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며 "규제개혁을 포함해 공공부문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제 부총리를 맡았던 강경식 전 부총리는 경제 위기에 대비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잘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전 부총리는 "좋은 쪽으로 아이디어를 전부 모아서 토론하고 결론이 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젊은 사람들이(후배)들이 개혁 등 아이디어를 잘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은 현오석 전 부총리는 현재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는 요소로 '저출산'을 꼽았다.
현 전 부총리는 "(과거와 비교해) 여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과거의 경험은 정책 담당자들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정책을 선택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에는 수출 주도로 하다가 그게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니 중화학 중심으로 바꾸고, 그 다음 개방화시대에는 개방에 맞는 전략으로 바꿨다"며 "지금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내재적 문제들, 저출산 등을 잘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2014~2016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전 부총리는 구조개혁을 통해 고착화된 저성장 구조를 타개하지 않으면 일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내외 여건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경제 안정화를 시키는 노력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계속 이렇게 되면, 일본처럼 축소 균형이 될 가능성이 많은데 축소 균형이 아니라 확대 균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경제) 안정화가 우선이지만, 그런 방향으로 고민을 서서히 하지 않으면 단기 저성장으로 가면서 일본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최 전 부총리는 "구조개혁은 옛날부터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고 문제는 실천"이라며 "문제 해결의 최상위 의사결정 구조가 정치인데, 좋게 돌아가는 상황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본, 스웨덴, 독일 등 선진국들 치고 구조적인 '병'에 안 걸린 나라가 없다"며 "그런데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나라는 선진국으로 계속 남아있고,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아르헨티나와 같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과연 이제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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