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검 직제 개편…반부패과 신설
공정거래·대규모 경제사건 담당
조현범 구속, KT 압수수색 등 수사 강도 ↑
법조계 "기업 비리 수사력 강화 예상"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검찰 조직 개편으로 대검찰청 반부패부가 분리·신설됐다. 반부패부 산하의 반부패 3과가 공정거래 범죄와 대규모 경제 사건을 지휘하게 돼 기업 수사 강도를 높일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법무부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공표·시행함에 따라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반부패부와 마약·조직범죄부로 분리돼 업무를 시작했다.
반부패부 산하에는 반부패 1과(공직비리)·반부패 2과(금융·증권)·반부패 3과(조세·공정거래·대규모 경제사건)가 신설됐다. 반부패 3과는 조세·공정거래·대규모 경제사건 및 검찰총장이 지시한 사건을 지휘·감독한다.
앞서 법무부와 대검은 기업 수사 강화를 위해 반부패부 산하에 반독점과 신설을 논의했다. 전문 분야 수사를 지휘·지원하는 반부패과가 각각 신설돼 반부패 3과가 반독점과의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2.05.03 pangbin@newspim.com |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올 초부터 주요 대기업과 총수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 저승사자'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 없이 선제적인 수사에 나서거나 전방위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강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올 3월에는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을 구속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대기업 총수 구속으로 검찰이 불공정 거래를 비롯해 경영자의 횡령, 배임 등의 수사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고발장 접수 하루 만에 수사에 나섰다. 지난 16일에는 KT 본사와 KT텔레캅 본사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최근에는 하청업체 임직원들을 잇달아 소환했다. 조만간 윗선으로 분류되는 구현모 전 KT 대표 등 주요 피의자들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공조부는 부동산 거래 의혹을 받는 아난티와 삼성생명 간 부정 거래 사건에 대해서도 강제수사에 나섰다. 아난티는 2009년 매입한 서울 송파구의 땅과 건물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삼성생명에 팔면서, 두 배 이상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난티와 삼성생명 부동산사업부 전 임직원들이 유착해 이같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해당 임직원들의 횡령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등 주요 가구 업체들의 '특판 가구 입찰 담합 의혹'의 경우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 독자적으로 수사에 착수해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 관계자 12명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조계는 대검 반부패 3과 신설로 검찰이 기업 비리에 수사력을 더욱 집중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부패 3과가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일선청의 공정거래 범죄 사건 등을 체계적으로 지휘하며 수사 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부 기조에 맞춰 기업수사를 강화해야 하는데 수사 지휘에 한계가 있어 부서를 신설한 게 아니겠느냐"며 "기업들의 긴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한 공정거래 분야 전문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한 명 더 생긴격"이라며 "공정위는 기업을 타겟으로 하지만 검찰은 기업 외에 오너들의 리스크 또한 겨냥해 수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기업의 담합 문제를 검찰에 고발하면, 검찰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건에 대해 추가로 고발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전에는 공정위가 고발을 하면 의례적으로 기소하고 끝내기도 했지만, 이젠 그렇게 넘어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기업들의 담합 비리 등을 선제적으로 수사하면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유명무실화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업 대표 등 오너 잘못이 아닌 이상 기업 공정거래 사건은 주로 경제법이 적용된다"며 "공정위가 좀 더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어 전속고발권을 부여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 수사 강화 가능성에 대해 "부서 신설을 수사 확대로 연결 짓긴 어렵다"면서도 "과별로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존보다 세밀한 수사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검 반부패 3과장 자리는 아직 공석으로 직무대리가 업무를 맡고 있다. 향후 있을 검찰 정기 인사에서 보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