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측 "강도 인정…살인 의도는 없었다"
'배후 지목' 재력가 부부측 "범행과 무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가상화폐 투자 손실로 앙심을 품고 40대 여성을 살해한 이른바 '강남 납치·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이 살인을 공모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9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경우(35), 황대한(35), 연지호(29)와 유상원(50)·황은희(48) 부부 등 7명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이경우 씨(왼쪽부터)와 황대한 씨, 연지호 씨가 4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04.09 mironj19@newspim.com |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으나 강도방조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경우의 아내 허모 씨를 제외한 피고인들은 모두 법정에 나왔다.
이경우 측 변호인은 "강도 범행 사실은 자백한다"면서도 "살인을 처음부터 모의하거나 살인을 할 의도는 전혀 없었고 사체유기에 대해서도 범행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황대한 측 변호인도 "살인을 공모하거나 (피해자가) 죽을 것을 의도하고 마취제를 주사한 것이 아니다"라며 "마약류관리법이 금지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다만 강도와 사체유기 혐의는 인정했다.
이날 연지호와 범행 모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 허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반면 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황은희 부부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범행에 가담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납치와 살인은 피고인들과 무관한 범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공소장에 전제사실이 자세히 기재돼 있어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관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는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을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오는 26일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증거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기로 했다.
앞서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는 지난 3월 29일 오후 11시45분 경 서울 강남구 소재 피해자 최모(48) 씨의 주거지 인근에서 최씨를 납치·살해한 뒤 다음 날 대전 대덕구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허씨가 이경우에게 마취제로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빼내 건넸고 이경우 일당이 최씨에게 이를 주사해 살해한 것으로 보고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2020년 10월 경 최씨를 통해 퓨리에버코인(P코인)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손실을 보자 '최씨를 납치해 가상화폐를 빼앗고 살해하자'는 이경우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9월 착수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건네는 등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경우와 유상원은 최씨의 가상화폐를 빼앗기 위해 범행 당일 최씨의 가상화폐 거래소 계정에 접속을 시도했으나 로그인 실패로 미수에 그쳐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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