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님,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분을 이렇게 실제로 만나게 되니깐 신기하기도 하고...생각보다 엄청 똑똑하시네요!"
기자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지난 헝가리·체코 공식방문 일정을 동행했다. 6박8일 간의 일정을 함께하며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동유럽의 아름다운 풍경도 아니요, 목 넘김이 시원했던 맥주도 아닌, 어느 동포의 짧은 한 마디였다.
지난 9일(현지시간) 김 의장은 프라하 소재 한 호텔에서 체코 동포 만찬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간담회에 참석했던 그 동포는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탄없이 하라던 김 의장의 요청에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뉴스핌] 박서영 정치부 기자 |
그는 뉴스로만 보던 정치인들을 실제로 마주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신기하다고 했다. 이어 동포들의 다양한 애로사항에 척척 답하는 김 의장이 학문도 넓고 엄청 똑똑한 정치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포의 순박한 소감 발표에 장내에 있던 모든 이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 자리에 있던 기자와 사무처 직원들에겐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5선 출신 국회의장을 그저 한 명의 정치인으로 바라본 그의 시선이 낯설게 느껴졌다.
김 의장은 이번 헝가리·체코 공식 방문 일정 내내 해외 동포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과 고국을 떠난 교민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경청했고 애로사항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겠다며 여건 개선을 약속했다.
그 동포의 말대로 기자가 동행 취재하며 지켜본 김 의장은 본인의 전문 분야인 '경제' 이외에도 IT, 교육, 외교 등 폭넓은 의제를 답하고 질문할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설움과 고충을 공감할 줄 아는 어른이기도 했다.
김진표의 정치는 '소통'이었다. 물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 그만의 수고와 역량이 분명 녹아있겠지만 말이다. 여야 모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국회의장으로서 그의 남은 역할에 더욱 기대를 거는 이유기도 하다.
'김진표의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에 국회만 둘러보아도 그렇다. 여야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장은 사라진 지 오래. 여야 대표 간의 만남은 '소주 논쟁'으로 감감 무소식이 됐다. 운을 띄운 'TV토론'이라도 하루 빨리 성사 돼 여야 간 소통의 물꼬가 트여야 할 터.
국민과의 소통 또한 마찬가지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각자 지지층 결집에 혈안이 돼 있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도 경청할 줄 알아야 건강한 소통이며, 여론조사 지표가 아닌 진짜 길 위 민심을 듣기 위해 국회 밖으로 나갈 줄 아는 이가 롱런할 수 있는 정치인임을 되새겨야 할 때다.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김진표의 정치가 국회를 건강한 토론장으로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한국 정치가 국민과 언론에게 풍자 대상이 아닌, '생각보다 똑똑한' 이들이 만들어가는 역사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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