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 곡물협정 중단에 반발..."두렵지 않다"
"러, 식량으로 위협...헝그리 게임 중단해야"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곡물은 흑해를 통해 수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한 것과 관련, "비록 러시아 연방이 없더라도, 흑해 회랑을 우리가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모든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 우리는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고 세르히 니키로포우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밖에 "우리는 선사와 선주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서 "그들은 우크라이나가 출항할 수 있도록 해주고, 튀르키예가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모두 계속 곡물을 수송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또 흑해곡물협정을 중재해온 유엔과 튀르키예에 협정을 계속 지속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메모를 준비하라고 외무부에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중인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미국 CBS방송 인터뷰를 통해 흑해 곡물협정의 갑작스런 중단으로 전세계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취약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이를 협박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헝그리 게임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곡물은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이 될 수 없다"면서 "흑해는 러시아의 내해가 아니며, 러시아의 관할권에 속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는 이날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 곡물 협정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흑해곡물협정은 오늘부터 효력이 없다"며 "러시아 관련 사항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고, 따라서 협정이 종료됐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의 관련 사항이 이행되는 즉시 러시아는 협정 이행에 복귀할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과거에도 협정 기한 연장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다 막판에 동의한 적이 있다.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은 러시아의 침공에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촉발된 세계 식량 위기 우려를 잠재우고자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됐다.
당초 협정 기한을 120일(4개월)로 정하고, 이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월 17일 세 번째로 연장된 뒤 이날 2개월의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