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내년도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2.5% 인상된 9860원으로 결정됐다. 일각에서는 고물가 시대에 만 원에도 못미친다고 반발하지만 세계 경제 1위 미국의 연방 시간당 최저임금 7.25달러(약 92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매년 최저임금 협상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연방 최저임금은 지난 2009년 이래 인상된 적이 없다. 이는 각 주(州)정부와 지방자체단체가 자체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고, 연방 기준보다 높은 기준이 실적용되기 때문이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중앙 정부가 전국의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국가는 약 145개국으로 대다수다.
반면 미국, 중국, 인도 등 7개국은 각 주정부와 지자체가 연방과 같은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갖고 있어 지역별로 최저임금은 천차만별이다.
[뉴욕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지하철로 통근하는 미국 뉴욕 시민들. 2023.06.29. wonjc6@newspim.com |
◆ 미국 지역별로 보니...9200원부터 최고 2만4000원까지
팁 문화가 있는 미국은 최저임금을 기본 최저임금과 팁 노동자용 최저임금을 따로 책정한다. 팁 노동자란 하루에 30달러 이상의 팁을 받는 서비스 노동자를 일컫는데, 팁 소득을 감안해 이들의 최저임금은 기본 임금보다 낮다.
기본 최저임금만 놓고 보면 앨러배마주(州)가 연방 기준인 7.25달러를 그대로 적용해 미 전역에서 가장 낮다.
반대로 미국 내 가장 높은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주는 서부 워싱턴으로, 15.74달러다. 한국 최저임금의 2배 이상이다. 캘리포니아 15.50달러, 매사추세츠 15달러, 뉴욕 14.20달러 순이다.
고용주는 각 주정부가 설정한 최저임금보다 각 카운티(county·군), 도시가 책정한 최저임금이 높다면 더 높은 최저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예컨데 주 최저임금이 15.50달러인 캘리포니아 안에서도 지역별로 최저임금은 상이하다. 산마테오 카운티에 위치한 도시 벨몬트는 시간당 16.75달러를 최저임금으로 채택하고 있다.
반면 주 최저임금이 12달러인 뉴멕시코의 버날릴로 카운티는 최저임금을 9.45달러로 설정하고 있다. 카운티 최저임금이 주, 연방 기준 보다 낮기에 고용주는 주 기준 최저임금을 지급한다.
올해 뉴욕시는 주 기준보다 4.49달러 높은 18.69달러(약 2만4000원)로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지난해 15달러에서 3.69달러 대폭 인상한 것인데, 도시 경제 규모와 시민들 생활 수준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이 가능하다.
[뉴욕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뉴욕시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 매장에 붙은 채용공고. 시급 17달러, 현금 보너스 별도 지급이 적혀 있다. 2022.08.29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미국 최저임금, 왜 이렇게 다를까?...'생활임금 따져야'
최저임금은 정부가 노사와 협의해 결정하는 소득의 최저 수준을 뜻한다면 생활임금(living wage)은 물가상승률과 가계소득 및 지출을 고려한 실제 생활이 가능한 최소 수준의 임금을 말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한 부모, 한 자녀 가족의 생활임금을 계산한 바에 따르면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워싱턴주는 19.58달러에 달한다. 이는 주정부가 보장하는 최저임금이 우리나라보다 높아도 3인 가정이 기본 의식주(衣食住)를 해결하는 데 부족하다는 의미다.
미국의 최저임금이 이토록 천차만별인 것은 결국은 지역별 주택 임대료, 주력 산업 특성과 경제 규모, 인구통계학적 요소 등을 감안해 각 주·지자체가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목적에 있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최저임금 개념 대신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뉴욕주 낫소 카운티가 법적으로 '최저임금' 대신 '생활임금'을 최저 소득 기준으로 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서비스직노동조합(SEIU)원과 패스트푸트 매장 종사자들이 시간당 15달러의 최저임금 도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남성이 든 팻말에는 '당장 생활임금을 도입하라!'(Living Wage Now!)란 문구가 적혀있다. 2013.08.29 [사진=블룸버그] |
미국의 대표 민주적 사회주의자 정치인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주)은 올해 5월 연방 최저임금을 17달러로 인상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연방 정부가 국민 삶의 질 문제를 각 주 정부와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생활임금을 감안해 연방 기준을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쓴 기고문에서 "내가 대표하는 버몬트주의 생활임금은 19.58달러다. 주 기준보다도 6달러 이상 높다"며 "이래도 연방 최저임금 17달러가 과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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