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오리역에서 경찰도 죽이겠다", "잠실역에서 20명 죽이겠다"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묻지마 흉기난동'이 벌어지며 시민들이 공포에 휩싸인 사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날짜와 장소 등이 적힌 '살인 예고'가 일파만파 번졌다.
해당 글이 신림역과 서현역 사건 직후 시민 불안감이 극에 달했을 때 게재됐고, 어떤 모방범죄가 잇따를 지 모르는 상황이라 경찰로서는 매번 현장에 출동할 수밖에 없었다.
조민교 사회부 기자 |
시민의 불안감 또한 증폭됐다. 실제 기자도 '살인 예고'가 나올 때마다 인근 약속을 취소하기도 하고 근처에 사는 지인들에게 안부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8일 오후 6시까지 살인 예고 글 194건을 파악해 65명을 검거했고 이 중 34명이 10대 청소년이었다고 밝혔다. 절반 이상이 10대의 장난이었던 것이다.
경찰과 검찰, 법무부는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전날 대검찰청의 공중협박 관련 법률 개정 건의를 받아들여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나 공중밀집장소 등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살인, 상해 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 공고했다.
검찰 또한 혐의가 인정되는 촉법소년은 소년법 제4조(보호의 대상과 송치 및 통고)를 근거로 예외 없이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로 송치하고, 구체적인 범행을 준비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는 성인과 같이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법무부 규정과 살인예비 혐의 등 형벌 대상이 되는 자는 흉기구입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있는 사람에 그친다. 이에 따라 살인 예고를 인터넷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화요소)의 일환으로 여기며 아무 생각 없이 온라인에 글을 게재한 10대 작성자에 대한 엄벌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온라인상 살인예고 놀이가 벌어질 때 단 한 번이라도 흉기난동 사건이 실제 발발했다면 행정력이 분산된 상태라 피의자를 검거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이 벌인 행태는 단순 협박이 아닌 간접살인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미성년자이건 촉법소년이건, 구체적 범행과정이 있었건 없었건 살인예고글을 올린 이들에 대한 별도의 엄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가족이 허망하게 떠난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피해자들이 남아있는 와중에 흉기 난동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고조시키고 행정력 낭비를 통해 적시에 경찰력이 배치되는 것을 방해한 죄의 대가가 단지 '훈육'에 그쳐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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