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그 말이 거기에서 또 나올 줄은 차마 몰랐다. '전 정부 책임론' 말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일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2023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준비 부실 문제에 대해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잼버리 개영식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여한 지 불과 이틀 후에 나온 말이다. 대통령이 행사에 참여했음에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도의적인 사과의 말이 먼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이번에도 엇나갔다.
지혜진 정치부 기자 |
정치권은 또다시 공방으로 치달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후진국형 난민 캠프 같은 재난 체험 잼버리 대회에 윤석열 정권의 휘발된 행정력을 한탄한다"고 맹폭하는가 하면 당 소속 전북지역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무개념·무책임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잼버리 파행 원인을 "준비 기간 6년 중 5년을 날린 문재인 정부"라고 지목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의 외화내빈(外華內貧)식 부실 준비로 위기에 처한 새만금 잼버리,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바로 잡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여야 모두 책임을 찾겠다면서 정작 오간 것은 날 선 말뿐이었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가 극에 달했다. 민주당은 또 국정조사 카드를 내밀었다. 이미 계류된 국정조사 요구서만 5건(대통령 집무실 졸속 이전 의혹, 한일 정상회담, 감사원 정치감사, 대통령 처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다. 방통위 파행 운영,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국정조사 추진 대상이다.
여기에 잼버리 파행까지 추가됐다. 정작 21대 국회 들어 국정조사가 이뤄진 건 이태원 참사 하나뿐이다. 국민의힘은 "잼버리 파행 여파로 2030 부산 엑스포 개최가 물 건너갔다'고 발언한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실현 불가능할 걸 알면서도 무조건 국정조사 운운하는 야당의 모습이나 토론보다는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여당의 모습이나 희망은 없어 보인다.
정치권에서 정치적 책임을 보고 싶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은 때로는 자기 잘못이 아닌 일로 자신의 직을 내려놓는 용단을 내린다. 지금 정치는 잘못해도 직을 사수하는 것을 넘어 탓할 상대를 찾는다. 그러는 사이 정치의 언어는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진짜 극단으로 내몰리는 건 국민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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