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기고] '탈북'이라는 이름의 트라우마…이제 그 꼬리표를 떼야한다

기사입력 : 2023년09월13일 09:28

최종수정 : 2023년09월13일 09:28

여정윤 서울사이버대 음악치료학과 교수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건 '희망의 두드림'이라는 탈북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심리지원 음악치료 프로그램에서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인 A는 제3국 출생의 북한이탈 청소년이었다. 입국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던 그는 학교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잠을 자거나 멍하니 지내고 있었다. 한국말을 하지 못하고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장벽 때문이었다.

여정윤 서울사이버대 음악치료학과 교수. [사진=뉴스핌DB]

언어소통의 어려움, 하루아침에 바뀐 환경, 갑작스런 가족과의 이별 등이 얼마나 A를 힘들게 하고 있는지 그가 음악치료 시간에 써내려갔던 가사들을 통해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었다.

학교에서의 수업 대부분에 적응하지 못하던 A는 음악치료 시간에 와서 번역앱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말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자신의 감정을 노래 가사에 담으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시간을 가졌고,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갈 때는 친구들과 함께 크게 소리내어 웃을 정도로 안정을 찾았다.

기본적으로 탈북민은 북한을 벗어나는 험난한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 즉 중국 등 제3국에너 태어나거나 탈북민 부모를 둔 대한민국 출생의 탈북 아동·청소년 모두에게도 '탈북'이라는 두 글자가 가지는 트라우마는 나타난다.

트라우마는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 충격이 되는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를 뜻하는 말이다. 이러한 정신적 외상은 반드시 큰 사건을 겪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PTSD라고 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처럼 일상을 넘어서는 큰 사건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작고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개인에게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트라우마는 그것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지내게 되면 일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뜻밖의 상황에서 '얼어붙기'를 마주할 수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탈북민들과 만나게 된지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이들을 지원하는 많은 제도, 경제·사회적 지원들만으로는 해결해주지 못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이전의 그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심리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과 함께하는 현장 속에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상담 과정에서 만난 탈북민 부모, '희망의 두드림'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탈북 아이들, 합창단으로 만나게 된 탈북 청년·대학생들은 모두 저마다의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었고, 저마다 '탈북'이라는 두 글자가 가지는 일반적인 어려움 그 너머의 각기 다른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심리적 어려움을 돕기 위해서는 그들의 특수한 개인 역사와 상황에 대한 이해, 전문적 지식과 통찰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고, 피상적으로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선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안으로 개입하여 진정한 필요를 채우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을 돕고자 하는 선의가 오히려 그들에게 또다른 트라우마를 주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탈북민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상담이나 심리적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많이 있다. 그리고 '탈북'이 외부로 드러내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필요가 참여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개방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게 하는 여러 세심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많은 좋은 취지로 계획한 프로그램이 진정성을 가지기 위해서 프로그램 참여로 인해 탈북민에게 낙인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문화와 탈북, 그리고 다른 취약계층과 탈북민 문제는 분명히 다르게 다루어져야 하며, 다른 방식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일상 안으로 들어가서 보면, 그들이 겪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나름의 자기돌봄의 노력을 하고자 하지만, 이것은 많은 이유로 덮이게 된다. 경제적 이유, 물리적 제한, 사회적 시선, 청소년이라면 학업적 이유 등등 우선 순위에 자신을 돌보는 기회는 우선순위가 계속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탈북이라는 것이 왜 이 사회에서 숨기고 싶은 것이 되어야 할까?

필자는 여러 고비를 넘겨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 들어온 이유에도 제2, 제3의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 딱지가 않기도 전에 다시 상처가 나서 회복이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도 많다. 

그런 측면에서 트라우마와 심리적 치유를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개입과 상담환경, 다양한 활동 기법(음악, 놀이, 전문심리진단 등)들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탈북민들을 위한 전문심리상담 센터가 개소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현장에서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그들이 대한민국에서의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진심으로 애쓰고 그 자리를 지키는 많은 노력들이 지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화영, 대법서 징역 7년8개월 확정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사진은 이 전 지사가 지난해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이던 2019년, 쌍방울로 하여금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와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보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경기도 산하기관인 킨텍스 대표로 재직 중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 3억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이중 2억5900여만 원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이 전 부지사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 6개월,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징역 8년을 합해 총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비용(300만 달러)을 대납하려 했다는 검찰 측 판단을 모두 받아들였다. 다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총 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만 해외로 밀반출된 불법 자금으로 인정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8개월 및 벌금 2억5000만원, 추징 3억2595만 원으로 감형했다. 구체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을,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7년을 각각 주문했다. 1심 형량과 비교해 1년 10개월이 감형됐다. 2신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기소한 대북송금 800만 달러 가운데 394만 달러만 북한 측에 밀반출됐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 중 200만 달러는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용으로 대납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뇌물죄, 정치자금법 위반죄 범행 후 공무원 또는 정치인으로서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가지는 않은 점, 스마트팜은 인도적 지원 사업이었고 남북간 평화조성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도 있는 점, 김성태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 추진 등 이익을 도모한 사정도 있고 피고인이 김성태에게 비용 대납을 강요한 사정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양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검사의 사전면담 등이 이루어진 증인의 법정진술의 신빙성 판단,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뇌물수수죄에서 직무관련성, 대가성, 뇌물귀속 주체와 고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서 정치자금과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hong90@newspim.com 2025-06-05 10:45
사진
외교부 장관 김현종·조현 거론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는 민생 회복과 함께 대미 관세 협상 등 외교·안보 문제도 시급하다. 미국 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여전히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신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강조해왔다. 민주당 공약집을 보면 통상환경의 변화와 경제안보 중요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주요 7개국(G7) 등의 적극 참여를 통해 글로벌 현안 적극 대응하고 2025 경주 APEC 성공적 개최를 위한 외교역량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계승 발전해 글로벌 사우스와 권역별 협력을 심화하고 핵심소재·연료광물의 공급망(GVC) 안정화를 위한 통상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왼쪽부터) 김현종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외교안보특보, 위성락 민주당 의원, 조현 선대위 국익중심실용외교위 공동위원장, 안규백 의원. [사진=뉴스핌DB] 북핵 대응으로는 한국형 탄도미사일 성능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고도화를 내세웠다. 핵무장이나 핵잠재력 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대응의 기본 원칙은 한·미 확장억제 강화'라는 기존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 분야에서는 국방 문민화를 비롯해 군 정보기관 개혁, 육·해·공군 참모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가안보실장에 위성락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인 위 의원은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임명돼 활동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대위 산하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좌장을 맡았다. 외교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과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언급된다. 조 전 차관은 선대위에서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 의원과 외무고시 13기 동기로 유엔대사,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외교부 국제기구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차장은 대선 기간에도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 자리에는 군 출신이 아닌 5선의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유력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강조해 왔다. heyjin@newspim.com 2025-06-05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