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전 통일연구원장
김정은 체제 변하지 않는 상황서
핵 포기한다는 건 '동화 속 얘기'
文정부 대북정책 실패 성찰 필요
국제정치 이론에서 안보를 지키고 평화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국제사회에는 위계질서가 없고 상대방의 의도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가상의 적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억지력은 단독으로 강화할 수도 있고 동맹을 통해서 강화할 수도 있다.
최진욱 전 통일연구원장 [사진=뉴스핌DB] |
또 다른 방법은 국제사회에도 위계질서가 있기 때문에 가상의 적이라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어 규칙을 준수한다면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
첫 번째 이론은 현실주의 이론이라 불리며, 두 번째 이론은 자유주의 혹은 이상주의라 불린다.
현실주의 이론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국가단위를 벗어나면 질서가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도를 신뢰할 수 없고, 힘에 의지 할 수밖에 없다.
힘이란 경제력이나 인구수와 같은 잠재력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 군사력을 의미한다.
한편, 자유주의 이론에 따르면 상대방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면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 즉 한반도 평화는 북한이 변화하거나 한국이 억지력을 강화하는 두 가지 방법 이외에는 사실상 없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평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다.
지난 19일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사람들과 일부 인사들이 9.19 남북군사합의 5주년을 기념한다며 행사를 개최하여 지난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를 지켰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위기가 고조된 현 상황의 책임을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 잘못으로 몰아세웠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서는 "남북군사합의는 지금까지 남북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문재인 정부 동안 남북 간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 역대 정부 중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뿐"이라고 강변했다.
사실과 다를뿐더러 전형적인 진영논리로서 지지 세력을 규합하려는 정치행위일 뿐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보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전략이라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에서 특정시기에 특정상황에 맞추어 개발된 전례 없는 방안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없었고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한 정책은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변하지 않고 핵무기를 고도화시키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미 합동훈련을 중단하고 제재를 완화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동화 속 이야기 같은 발상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선의를 믿는 근거를 알 수 없는 국민들의 안보불안이 커졌다. 국민의 90퍼센트가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회의적이었고 90퍼센트가 주한미군 주둔을 지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지난 대선 결과는 국민들의 안보불안 때문이라고 단언한 이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위기상황 속 평화 논쟁은 다시 불붙을 기세다.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다.
희망사항과 진영논리를 넘어 실현가능한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균형감 있는 전문가들의 책임 있는 참여가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보면 새로운 정책개발은 세력 확장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정체성이 강한 정책의 계승을 통해서 기존세력을 흡수하기도 한다.
진정으로 효율적 전략을 원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및 처방과 함께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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