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제78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재생에너지에 원전·수소 등 개념 확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정조준했다. 미국, 일본 등 자유 진영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 흐름 속에서 북한과 러시아를 향해 1년 전보다 선명한 견해를 밝힌 것이다.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공조 제도화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국제사회의 공조를 더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가장 많이 언급한 '자유'가 올해 절반 수준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연설에서 윤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대한민국'으로 총 20번을 사용했다. 이어 디지털(15번), 엑스포(14번), 평화(11번), 자유(10번) 등 키워드가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9.21 photo@newspim.com |
아울러 윤 대통령은 개발·기후·디지털 등 세 가지 글로벌 격차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한 ODA(공적개발원조) 예산 확대, 녹색기후기금 재정 공여 확대 등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특히 무탄소에너지를 확산하는 국제 플랫폼인 'CF(무탄소) 연합'을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무탄소에너지란 전기 생산 과정에서 직접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전기를 생산하는 모든 에너지원을 말한다.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와 같은 재생에너지를 포함해 원전, 수소, 탄소포집저장 등이 해당한다.
기존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운동에 더해 원전, 수소 등 에너지원으로까지 '탄소중립' 인정 체계를 확장하자고 국제사회에 제안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두고 "글로벌 무대에서 선진국의 책임과 역할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먼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북한과 러시아에 경고를 던진 것을 두고 "한반도 문제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위협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가짜뉴스 또한 국제사회 문제이고 세계적 관심사다. 선거 과정에서도 가짜뉴스가 실제 있고 그로 인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그런 문제를 제기하면서 세계적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9.21 photo@newspim.com |
또 "완벽한 연설이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필요 없는 건 안 들어 있고 전부 중요하고 필요한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발·기후·디지털 격차를 분야별 나눠서 언급한 게 인상 깊었다"며 "기후위기가 문제가 중요한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 등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이슈 대한 선진국으로서의 고민이 담겼고 추상적으로 언급만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후위기 등 선진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북한과 러시아 관련 글로벌 안보문제의 중요성도 언급했다"며 "끝으로 부산 엑스포를 통해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힌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관련 내용은 좋은 제안인 것 같다"면서도 "북·러 관련 메시지는 많은 국민이 우려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는 러시아와 사이가 안 좋아져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며 "미국보다 앞서 과도하게 적대적인 발언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