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더딘 반도체 업황 개선에 수조원 적자 전망
LG, 전장 등 신산업 안착 성공…상승세 기대
3분기 실적, 4분기 업턴 여부 판단 지표 주목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음주 나란히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 1·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삼성 부진·LG 상승'의 구도가 계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감산 등으로 인한 고정비 증가가 당초 예상보다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 속도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관련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68조1150억원, 2조5324억원으로 예측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76.66%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에 대한 컨센서스(시장평균 전망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8000억원이었지만, 지난 6월 3조6000억원, 최근 2조5324억원 등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이 6000억원대였던 1·2분기에 비해 높아진 예상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분의1에 불과한 수치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이 3분기에도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내며 영업이익 회복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3분기에도 대규모의 반도체 적자로 인해 실적 부진이 3개 분기 연속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음주 나란히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 1·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삼성 부진·LG 상승'의 구도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뉴스핌DB] |
이 같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반도체 감산에 따른 고정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출하보다는 가격 방어에 집중하는 수익성 우선 정책으로 출하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3분기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이 2분기에 저점을 찍으면서 3분기에는 가격 상승과 함께 본격적인 실적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지만 실적 반등 시기는 더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가 아직 반도체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수익구조 다변화에 완벽히 안착하지 못한 한계점도 실적 반등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램 감산으로 인한 가격 인상 효과도 3분기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할 전망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년 째 새로운 사업 영역이 발굴되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사들에게 추격을 당하고 있다"며 "반도체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신규 영역 또한 SK하이닉스에게 밀리는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실적 반등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3분기에는 D램의 감산·가격 상승의 긍정적 영향이 크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대규모 감산을 통해 업황이 개선될 수 있는 경계에 와 있는 상황으로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다음주 나란히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 1·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삼성 부진·LG 상승'의 구도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LG전자 여의도 트윈타워. [사진=뉴스핌DB] |
반면, LG전자는 주요 사업 부문의 실적 호조 및 체질 개선, 효과적인 비용 관리 등으로 3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20조4616억원, 영업이익 8105억원 등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수치다. 자회사인 LG이노텍의 실적을 제외한 LG전자 만의 영업이익은 6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LG전자의 전장(VS) 사업본부의 수주잔고를 2020년 55조원에서 2021년 60조원, 지난해 말 80조원, 올해 말에는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전장 부품 영업이익 비중은 올해 3%에서 11%로 높아질 것"이라며 "내년 전장 매출은 올해 대비 19% 증가한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생활가전 사업에서 기업간거래(B2B) 영역을 확대한 점도 매출 증대에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에너지 규제 강화로 유럽에서 히트 펌프 등의 에코 가전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이 LG전자의 신사업들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업계에서는 3분기 수익성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감산 및 가격 상승, 갤럭시 신제품 출시 등 긍정적 효과가 하반기에 점차 반영되면서 올해 4분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실적 부진을 끊어내고 예년 실적 수준의 사이클로 돌아설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주요 고객사에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에 대해 두 자릿수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 개월째 이어진 가격 하락세가 멈추면 반도체 수익성을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다음주 발표될 3분기 실적이 4분기의 업턴(상승 국면)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가 될 지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라 3분기에도 큰 실적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4분기와 내년에는 본격적인 실적 개선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3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치보다 얼마나 웃돌 수 있을 지 중요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