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DL이앤씨, 예년보다 한달 앞서 임원인사
부실공사·중대재해에 위기감 고조...역성장도 부담
상위 건설사 CEO, 대거 임기만료 앞둬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아파트 붕괴사고와 중대재해 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매출 원가율 상승과 지방 분양시장 위축에 실적 부담까지 높아지다 보니 개편의 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대표이사(CEO) 교체도 일정부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대형 건설사, 세대교체·전문성 강화 등으로 대대적 조직개편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이 예년보다 강도 높은 조직개편으로 건설업계에 확산 중인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3일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주차장 붕괴사고로 곤혹을 치른 GS건설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예년보다 한 달 앞선 인사로 임원진 40%를 교체하는 대규모 물갈이다. 전무 이상 임원에 대한 인사는 향후 그룹 인사에서 결정된다.
GS건설 사옥 그랑서울 모습 [사진=GS건설] |
이번 조직개편에서 GS건설은 전년 대비 3배에 달하는 17명의 신임 상무를 선임하고, 20여명의 기존 본부장급 조직장을 교체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의 틀을 깬 40대 임원(4명)의 내부 승진 및 외부영입을 통해 젊은 임원으로 세대교체 기틀을 조성했다. 검단신도시 재시공에 5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고 '자이' 브랜드의 이미지까지 악화하면서 발 빠른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앞서 지난 9월 DL이앤씨도 비정기 임원 인사에 나섰다. 통상적으로 10월에 정기 임원인사를 진행했으나 이보다 한 달 앞서 비정기 인사로 일부 임원을 퇴사 조치했다.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승진 및 외부 인력 충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작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사망자가 8명으로 건설사 중 가장 많은 발생 건수를 기록했다. 지난 8월에는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DL이앤씨 본사와 현장사무실 등에 근로감독관 5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가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안전사고 원인과 대응책에 대한 회사측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공사현장의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데다 안전관리 미흡이 지적되면서 대대적인 관리 시스템 재편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조직개편을 준비하는 건설사들도 물갈이 규모가 평년보다 클 것이란 게 업계의 분위기다. 매출 원가율 상승과 지방 분양시장 위축 등으로 주요 건설사의 영업이익이 역성장 구조에 빠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고조돼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오는 11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12월 그룹 인사와 함께 임원 및 조직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 상위 건설사 CEO 10곳 중 5곳 임기만료 앞둬...일부 교체될 듯
건설사 수장인 CEO의 교체도 일정부분 이뤄질 것이란 분위기도 감돈다.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에는 가장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말 재심임을 받아야 하는 CEO는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등이다.
GS건설을 10년간 이끌어 온 임병용 GS건설 부회장도 연말 그룹인사에서 교체될지 주목된다.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임 부회장의 뒤를 이어 오너 4세인 허윤홍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 한 고위 임원은 "아파트 부실공사와 중대재해 확산 등으로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원가율 상승에 실적 악화 우려까지 고조돼 세대교체와 전문성 강화를 타깃으로 변화가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