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와 사전에 협의...투명·공정 ESG경영일환
"이사회 감시·견제기능 강화 후 컨트롤타워로 갈 수"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삼성이 '선임(先任)사외이사제' 도입으로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며 '투명 경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두고 일각에선 삼성이 이사회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해 투명경영을 담보해 두고 컨트롤타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삼성은 사외이사 견제 기능을 강화해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임사이이사제'를 도입한다고 26일 밝혔다. 선임사외이사란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더라도 이사회가 견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최지환 인턴기자] |
선임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사외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할 권한을 갖게 된다. 또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과 관련된 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선임사외이사가 회사 안에서 갖는 권한이 커지는 만큼 사외이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힘을 결집시킬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제도는 국내 상법상 금융권 기업엔 의무화 돼 있지만, 비금융권 기업은 법적인 의무가 없어 SK, LG 등 주요 그룹사 중 이 제도를 도입한 계열사는 한 곳도 없다.
삼성전자 측은 "거버넌스 체계를 재편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선임사외이사제를 도입한 것"이라며 "사외이사가 이사회의장을 맡고 있지 않은 삼성 계열사들도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에 힘을 실어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삼성의 이 같은 움직임은 2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강조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ESG 경영과 맥이 닿아있다.
2022년 삼성 준법위 연감보고서에 기록된 최고경영진 간담회 내용을 보면, "위원회와 대표이사들은 사외이사가 자문 역할보다는 기업 경영에 대한 건전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이 중요하고 최근 사외 사외이사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더더욱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절차를 보완하는 등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고 기재돼 있다.
삼성 준법위 관계자는 "선임사외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회사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 쪽과 사전에 협의한 것은 맞다"면서 "권고를 하진 않았지만 사전에 이 제도를 파악하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재계 일각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최근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 시점에 삼성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를 들고나왔다는 점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준감위원들의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개인적인 신념으로는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삼성이 조만간 내부적으로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과거 비서실→구조조정본부(구조본)→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미전실)로 이어지는 컨트롤타워를 가지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2월 마지막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이 해체되며 현재는 그 역할을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의 태스크포스(TF)가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컨트롤타워는 그룹의 구심점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사회 독립성과는 반대로 간다"면서 "컨트롤타워가 생긴 후 감시와 견제의 역할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어 그 우려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이사회 독립성과 감시, 견제의 역할 강화 방향으로 가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