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MG손해보험 매각 실패
IFRS17 시행…CSM 부풀리기 논란 지속
당국, 가이드라인 마련…3분기 본격 적용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최근 KDB생명과 MG손해보험 등 보험사 인수합병(M&A)이 무산된 가운데 올해부터 바뀐 회계 기준(IFRS17)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IFRS17을 적용하며 지난 상반기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이어지는 등 보험사 기업가치를 평가하기가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과 MG손해보험, ABL생명, 동양생명, 롯데손해보험 등 여러 보험사가 M&A 시장에 나와 있거나 나올 예정이다.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금융그룹과 사모 펀드 쪽에서 보험사 인수를 희망한다고 알렸으나 선뜻 나서는 곳은 없다. 하나금융그룹도 최근 KDB생명 인수에서 발을 뺀 상황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 M&A 시장에 찬 바람이 부는 배경 중 하나로 IFRS17을 꼽는다. IFRS17은 올해 시행한 회계 기준이다. 지난 상반기 실적까지 IFRS17을 적용해 공개됐다. 문제는 IFRS17을 시행하며 기업가치를 평가하기가 과거보다 까다로워졌다는 점이다.
특히 IFRS17에서 보험사 향후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은 보험사가 가정한 해약률 등 계리적 가정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할 수 있다. 지난 상반기 보험사 CSM 부풀리기 논란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계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KDB생명 타워 전경 [사진=KDB생명] 2023.04.21 ace@newspim.com |
하지만 이마저도 3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KB손해보험 등 금융그룹 소속 보험사를 제외하면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는 물론이고 매물로 나온 중소 보험사는 3분기 실적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설용진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도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보험사 실적 및 재무제표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한 실손보험 등 계리적 가이드라인에 따른 영향이 드디어 3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 금융그룹, 중소 보험사 인수 유력 후보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하나금융그룹 등 금융그룹을 여전히 중소 보험사 인수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보험사를 보유한 금융그룹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M&A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험사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금융그룹 등은 금융 사업 다각화를 위해 보험사 인수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 안팎 시각이다.
실제로 생명·손해보험은 대형 보험사 3~4개가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구조다. 지난 1분기 기준 손해보험은 삼성화재(25%)와 DB손해보험(16.1%), 현대해상(15.8%), KB손해보험(13.5%) 등 4개 회사가 시장 68.3%를 차지하고 있다. 생명보험은 지난 4월 기준 삼성생명(24.2%)과 교보생명(14.6%), 한화생명(12.6%) 등 3개 회사가 시장을 50% 넘게 점유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 보험 영업 조직이 강해 시장점유율을 가져오기가 어렵다"며 "중소 보험사 M&A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야 하는 시장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IFRS17를 적용한 실적이 1년 이상 누적돼야 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보험사 M&A 시장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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