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프로젝트형 참여 저조…인턴형 30% 그쳐
예정처 "예산 확대 뒷받침할 실증적 성과평가 없어"
"목표치 달성 불확실…내년 증액 예산 감액 필요성"
野 "청년일경험지원, 전형적 퍼주기" 맹공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고용노동부가 내년도 청년 정규직 일자리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대신 정부는 청년의 진로선택을 돕고 직무탐색 및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청년일경험지원 예산을 3배 이상 늘렸는데, 국회·야당을 중심으로 예산 감액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을 3배 이상 늘릴만한 성과평가 및 실증적 검토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일부 야당 의원은 청년일경험지원 예산이 '전형적인 퍼주기 예산'이라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실제 청년들에게 청년 취업 기회를 부여하거나, 장기적 취업을 유도하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고용부, 내년 청년일경험지원 예산 1663억 편성…3배 이상 증액
10일 고용노동부 및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내년 청년일경험지원사업 예산을 올해(553억3000만원)보다 3배 이상 늘린 1662억7000만원으로 편성했다. 46억5100만원에 불과했던 2022년과 비교하면 약 36배 늘어난 수치다.
정부는 청년일경험지원사업 예산을 늘리면서 기존에 지원했던 '3대 청년 일자리'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이 65%(4206억원),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32.5%(5800억), 국민취업지원제도 예산도 23.1%(2829억) 각각 삭감됐다.
특히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은 대표적인 청년 정규직 일자리 지원 예산으로 분류된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정규직 청년에게 2년간 최대 1200만원의 목돈 형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은 우선 지원 대상 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경우, 기업에 2년간 최대 1200만원을 지원해준다.
정부가 3대 청년 일자리 예산을 축소하는 대신 추진하는 '청년일경험지원' 사업은 직무역량을 중시하는 채용 시장 변화에 맞춰 청년층의 일경험 수요를 충족하고, 민·관 협업을 기반으로 취업 청년에 다양한 일경험 프로그램을 제공해 노동시장의 원활한 진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대상은 만 15~34세 미취업 청년이다.
고용부는 "해당 사업은 '20~'21년 실시한 중소기업 탐방 프로그램, '22년 실시한 중소기업 청년 직무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합해 확대 개편한 것"이라며 "올해 신규 사업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일경험지원사업은 크게 ▲기업탐방형 ▲프로젝트형 ▲인턴형 등 3가지로 나뉜다.
기업탐방형은 기업에 방문해 직무체험, 현직자 멘토링, CEO·인사 담당자 대화 등을 통해 진로 설정 및 직무탐색을 지원한다. 프로젝트형은 직무 기반의 실전형 프로젝트 수행 방식의 일경험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인턴형은 국내외 우수기업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하며 실전형 직무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탐방형 참여는 무료로 운영되고, 프로젝트형 1인당 참여수당 월 15만원·팀당 실행비 180만원, 인턴형 1인당 주 32만5000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정부는 올해 기업탐방형 1만명, 프로젝트형 2000명, 인턴형 7700명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지원 규모가 대폭 늘어난다. 기업탐방형은 5000명 늘어난 1만5000명, 프로젝트형은 4000명 늘린 6000명, 인턴형은 1만1300명을 추가해 1만9000명으로 운영한다.
특히 내년부터는 '청년친화 ESG(사회·환경·지배구조) 지원사업'이 청년일경험지원사업과 합쳐져 청년일경험지원사업으로 통합 운영된다. 청년친화 ESG 사업은 기업이 ESG 경영 차원에서 수행하는 청년고용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비용, 컨설팅 등을 지원해 청년 직무역량 및 일경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정부는 최근 기업의 직무역량 중심 채용 경향에 맞춰 청년들이 원하는 일경험·취업역량 강화를 집중 지원해 나가겠다"면서 "내년에는 청년친화 ESG 지원사업을 일경험 지원사업과 통합해 총 2만6000명에서 4만8000명으로 일경험 기회를 확대하고, 경총과 함께 청년들이 선호하는 우수한 청년친화 ESG 지원 프로그램을 발굴·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예정처·야당 "청년일경험지원사업 예산 증액 근거 부족…삭감해야"
문제는 내년 청년일경험지원사업 예산을 대폭 늘린데 대한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올해 8월 기준 기업탐방형과 프로젝트형 지원자는 각각 7067명, 1572명으로 정부 목표인원의 70.7%, 78.6% 수준이다. 대부분의 정책이 시행 이후 시간이 갈수록 정책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인턴형 지원사업의 경우 목표인원 7700명 중 실제 지원 인원이 2448명에 그쳐 3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내년 목표인원을 3배 가까이 늘린 1만9000명으로 확대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내년 정부 예산 분석보고서에서 "청년일경험지원사업의 내년 목표 인원 설정은 사업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분석 하에 1차연도 계획의 1.5배~3배를 증액한 것으로, 현재로서는 계획 달성이 가능한 목표치인지 판단하기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 "인턴형 일경험 유형의 경우 올해 8월 기준 7700명의 목표인원 중 2448명만을 달성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공급 측면에서 달성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다른 일경험 유형의 경우에도 현재까지의 실적만으로는 내년의 높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실증적인 성과 평가 결과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후 상향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면서 "내년 예산에서 증액된 부분을 감액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청년일경험지원사업은 최근 끝난 고용부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야당 의원은 고용부의 청년일경험지원사업이 '예산 퍼주기'라며 맹공을 펼쳤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청년일경험예산이 553억원에서 1663억원으로 3배나 늘었다"면서 "실제 기업 탐방형, 프로젝트형, 인턴형, ESG 지원형에 관한 사업이 청년 취업에 도움이 됐다라고 하는 실적 평가가 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0.12 leehs@newspim.com |
이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현재 채용 트렌드가 직무 경험이라든가 경력자를 우대하는데, 저희들이 수요를 조사해 보니까 일 경험에 대한 반응이 대단히 좋았다"면서 "그래서 저희들이 옛날에는 기업탐방형, 프로젝트, 인턴형 이렇게 있었는데, 좀 더 내용을 충실화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그냥 퍼주는 예산이지 실제로 청년들에게 청년 취업 기회나 그를 통해서 장기적인 취업을 도모할 수 있는 계획으로 볼 수 없는 전형적인 날리면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