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UAW 파업 등 완성차 실적 악화
지동섭 SK온 대표 "국내외 공장 가동 시점 조정"
켄터키 2공장 가동 지연·서산 3공장 증설 중단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던 K배터리 기업이 신규 공장 설립안을 철회하거나 가동일을 조정하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은 북미에 생산공장 8개를, SK온은 6개를 건설·운영 하는 등 빠른 증설에 주력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미국 포드, 튀르키예 코치그룹은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 위해 지난 2월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9개월 만에 해지했다. SK온은 국내외 공장 가동 시점 일부를 조정할 방침이다.
LG엔솔이 합작 공장 계획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엔솔 등 3사는 포드의 유럽 판매용 전기차 배터리를 2026년 양산하겠다는 목표로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2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고, 향후 45GWh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LG엔솔은 전날 입장문에서 "현재 소비자들의 전기차(EV) 전환 속도를 고려했을 때 튀르키예에 건설 예정이던 배터리셀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에 상호 동의했다"고 밝혔다.
포드와 코치는 지난해 3월 SK온과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지만 무산되고, LG엔솔과 협력했지만 이마저 철회됐다.
포드의 전기차 투자계획 연기로 SK온과 켄터키 합작2공장 가동 시기도 2026년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포드는 지난달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가 120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했다. 연기된 전기차 투자 계획엔 SK온과의 켄터키주 합작2공장 가동도 포함됐다.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사진=SK온] |
포드와 SK온은 켄터키주에 각각 연간 생산능력 43GWh의 배터리 합작 1·2공장을 건설 중이다. 1공장은 2025년, 2공장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했다.
배터리 투자 축소는 전기차 시장 둔화 영향이 크다. 시장조사 기관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율은 2021년 100%에 육박했지만 지난해 68%로 성장세가 꺾였다. 올해 증가율은 45%까지 낮아졌다.
포드의 이번 발표에는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임금인상 합의도 영향을 미쳤다. 포드는 UAW와 25%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포드는 6주간 진행된 UAW의 파업 영향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등 13억달러(약1조원)에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포드는 UAW 파업 영향이 겹쳐 1~3분기 전기차 부문 영업손실 31억 달러(약 4조원)를 냈다.
최근 SK온은 국내 배터리 공장 증설 공사를 중단했다. 지난 6일 SK온의 서산 배터리 3공장 증설을 중단했다가 11일 재개했다. SK온은 이사회의 투자 비용 집행 과정에서 공사를 일시 중단했을 뿐 시장 상황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동섭 SK온 대표이사는 지난 1일 '제3회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전반적인 공장의 가동 시점과 새로 짓는 공장의 가동 시점을 일부 조정하는 정도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국내외 설비 가동 시점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 전기차 시장 둔화 상황에서 공격적이었던 배터리 설비 증설안 축소는 오히려 속도 조절을 통해 내실을 다질 여유를 준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설비를 늘리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포드에 배터리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판매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