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사령부와 군 자산이 밀집한 가자지구 북부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서 지상 작전을 수행 중인 이스라엘군이 현지 최대 병원을 비롯한 의료 시설 지하를 군사 구역으로 지목하면서 인도주의적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대 규모인 알-시파 병원과 다른 의료 시설들 지하에 하마스가 방대한 지휘 센터 단지를 구축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들 말에 따르면 하마스는 지난 16년 동안 가자시티 일대의 병원과 의료 시설 지하에 군사 지휘 센터 단지를 구축, 가자지구의 다른 의료 시설 지하에도 이와 비슷한 군사 기지를 마련해 왔다.
NYT가 취재한 미국 관리들도 이러한 정보를 확인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내 최대 규모의 알-시파 병원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의도적으로 병원 밑에 군사 거점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입원 환자들을 '인간 방패'로 만들어 국제사회로부터 이스라엘군의 참혹한 공격에 대한 동정심을 끌어내려는 의도란 설명이다.
하마스는 병원 지하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부인한다. 오히려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공격은 무고한 민간인들까지 공격 표적으로 삼으려는 집착에 가까운 이스라엘의 공격 의지를 보여주는 예라는 것이다.
모하메드 아부 살미야 알-시파 병원장도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NYT는 양측의 주장을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조만간 진실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군사 거점 파괴에 대한 의지가 크기 때문이다.
척 프릴리크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가자지구의 병원들은 포위될 것이고 사람들에게 건물 밖으로 나갈 것을 압박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이 민간인들과 정면으로 맞서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병원 아래에 있는 것들은 모두 청소해야 한다"고 알렸다.
이스라엘군은 실제로 병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가자지구 내 유일하게 소아암 병동이 있는 알-란티시 전문병원에서는 지난주 이스라엘군이 진입하면서 다급히 환자들을 대피시켜야 했다. 알-나스르 병원도 지난 10일 이스라엘군 급습에 건물을 비워야 했다.
가자지구의 의료 체계는 이미 붕괴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대 병원인 알-시파의 경우 3일간 전력, 물 부족으로 필수 의료 제공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시파 병원은 전날부터 결국 운영을 중단, 인큐베이터에 있던 미숙아를 포함해 5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PRCS)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병원인 알-쿠드스도 현재 의료 서비스를 중단한 상황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서 남쪽으로 대피하는 휠체어 탄 부상 여성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가자지구 하마스 보건부에 따르면 알-시파 병원에는 환자 600∼650명, 의료진 200∼500명, 피란민 약 1500명이 머물고 있었는데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강제로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이스라엘군은 12일 성명에서 알-시파 내 민간인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한 통로를 마련했다며 병원 인근에서 전투가 격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1일 알-시파 병원에서는 직원이 건물 안에서 총에 맞았고 다른 관계자도 공격받았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군사 거점을 의료 시설 지하로 지목하면서 인도주의적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2일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무고한 사람들과 치료받는 환자들이 있는 의료 시설에 총격전을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경고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