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총수일가 소송 과정 중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경영권 참여의 뜻을 내비쳤던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1부(박태일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구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LG그룹 가족 간 대화를 담은 녹취록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으로는 지난 재판과 같이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이 출석했다. 하 사장은 LG일가의 재산 관리부터 주식 매입 등에 관여해온 인물로 구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피고 측은 "원고들은 유언장이 있다는 말 믿고 상속에 합의했는데 나중에 유언장이 없다며 소송한 상황"이라며 "원고 구연경이 아빠의 유지랑 상관 없이 분할 협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증인 앞에서 얘기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하 사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피고 측이 "원고 김영식이 '연경이가 아빠를 닮아서 전문적으로 할 수 있다. 자신있게 잘 할 수 있다'며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받고 싶다고 얘기했냐"고 물었고 하 사장은 "맞다"고 답했다.
앞서 원고 측은 소송 제기 당시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닌, 상속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장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에서 "이 사건 분쟁이 언론에 보도될 수록 LG의 경영에 지장이 있냐"고 묻자 하 사장은 "아무래도 (지장이)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월 28일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는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2조원 규모다. 구광모 회장은 구 전 회장의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김 여사와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연수씨 0.51%)와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천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구광모 회장은 원래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큰 아들이었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이 외아들을 사고로 잃게 되면서 지난 2004년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여 LG그룹의 후계자가 됐다.
allpas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