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용적률 최대 500%, 안전진단 면제 등 특별법 시행 가닥
1기 신도시 이주 대상자 30만명...이주단지 대책 필수
상하수도,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도 막대한 예산·기간 필요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치권에 발목이 잡혀 수개월간 표류하던 분당·일산·중동 등 1기 신도시 재정비 '노후계획도시 정비지원 특별법'이 연내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통령이 직접 나서 특별법 통과에 대한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고 이에 부동산시장 불안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입장을 바꿔 연내 통과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부동산부 이동훈차장 |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국내 최초의 신도시 아파트를 재정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특별법 제정이 필수적이다. 1990년대 초 조성됐던 수도권 1기 신도시들은 평균 용적률이 169~226%로 현재 주택법 규정으로는 재건축 진행이 쉽지 않다. 도시지역 내 주거지역의 최대 용적률이 350% 이하(준주거지역)로 가구수를 늘릴 수 있는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이번 특별법에선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안전진단 면제·완화, 토지 용도변경 완화 등 행정절차 기준도 완화한다.
그러나 특별법보다 대규모 낡은 도시를 체계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는 소위 '도시정비 마스터플랜' 정립이 더욱 중요하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이 본격화하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이주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수용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1기 신도시 5개 지역만 해도 30만명 수준이다. 이들을 기준주택뿐 아니라 이주단지를 조성해 일부 수용해야 주변 부동산시장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상 단지수가 수백개에 달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순차 개발할지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인프라시설 확충에 대한 논의도 요구된다. 용적률이 기존보다 2배 늘어 1기 신도시 인구가 60만명 정도로 늘어나면 그에 걸맞은 도시기반시설이 필요하다. 고밀단지 개발에 따라 상하수도, 도로, 병원, 공원, 공용주차장 등을 확충해야 한다. 특히 주거지역의 필수 시설인 상하수도를 2배 확장하려면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새롭게 조성하는 신도시보다 체계적인 계획이 필수지만 해결책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특혜우려도 부담이다. 특별법에서 20년이 넘은 면적 100만㎡ 이상 택지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로 한정하고 있지만 이외 지역의 구도심에서도 용적률을 높여달라는 요구가 제기될 공산이 있다. 과도한 과밀화와 무분별한 개발 추진에 사회적 혼란으로 불거질 여지가 있는 셈이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지원 특별법'은 이해당사자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법안이다. 1기 신도시 5개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 목동과 상계, 중계,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등 전국 51개 지역이 포함될 예정이다.
설익은 정책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 특별법만 시행되고 이를 위한 도시정비 마스터플랜이 명확하지 않으면 정비사업 진행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발표된 '실거주 의무 폐지'도 그렇다. 정부가 분양권 전매 제한을 시행령으로 완화한 상황에서 이에 뒤따라야 할 실거주 의무 폐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사업진행이 지체되면 리모델링을 원하는 주민과 재건축을 지지하는 주민간 갈등도 예견된다.
정부 차원에서 낡은 주거단지를 속도감 있게 재정비해 나가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고려한 성급한 부동산 정책은 되레 시장 혼란을 야기하고 거주민에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