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디지털 파트너십 출범
외교·국방장관급 2+2 회의 신설
에너지 전환·기후변화 대응도 공조
[서울=뉴스핌] 박성준 김태훈 기자 = 한국과 영국이 올해 수교 140주년을 맞아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런던 총리 관저에서 한영 정상회담을 열고 '다우닝가(街) 합의'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안보·국방 ▲과학·기술 ▲교역·에너지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긴밀한 파트너십을 조성했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합의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심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다우닝가 합의'에 오늘 서명한다"며 "이를 통해 양 국가, 경제 및 국민 간의 관계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목표치로 격상될 것이며, 이는 이번 세기와 그 이후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11.23 taehun02@newspim.com |
◆ 안보·경제협력 최고 수준 격상
먼저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를 포함해 국제 분쟁 해법에 인식을 같이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미사일 개발을 규탄하고, 모든 핵무기,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양국 정상은 국제사회에 북한 규탄 목소리를 내며 같이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규탄',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이 국제사회 안보·번영에 필수 불가결임을 확인',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서 민간인 보호·인도적 지원·확전 방지 노력 강조' 등이 포함됐다.
국제 외교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안전보장이사회 협력', '주요 20개국(G20)·주요 7개국(G7) 통한 파트너십 강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협력' 등으로 구체화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다우닝가 합의 이행을 위해 안보·경제·지속가능한 미래 등 세 가지 분야를 지정해 새로운 협력을 추진하거나 강화키로 했다.
먼저 국방·안보 분야에서 양국은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 신설 ▲국방협력 MOU 추진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공동 순찰 ▲사이버안보 분야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방산 공동수출 MOU 체결 등이 이뤄졌다.
또 한영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및 방산 공동수출 양해각서(MOU) 체결로 방산 협력 강화에 나선다.
과학기술은 ▲디지털 파트너십,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 우주 협력 MOU 체결 ▲양자기술, 합성생물학 분야 협력 ▲차기 '미니 화상 AI 안전성 정상회의' 공동 개최 등 AI 분야 협력 확대 등이 포함됐다.
[런던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김건희 여사(오른쪽)가 21일(현지시간) 버킹엄궁에서 열리는 만찬 행사 전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에서 두 번째)과 카밀라 왕비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22 wonjc6@newspim.com |
◆ 사이버·디지털 파트너십 출범
양국은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디지털 파트너십 출범을 통해 통신공급망 다변화, 반도체, AI, 사이버 보안 등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또 미래과학기술 분야인 양자기술, 합성생물학, 뇌과학, AI 기반 신약개발 등 양국 간 협력을 더욱 증진시키기로 했다.
지속가능한 미래 분야에서는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해상풍력 MOU 체결 ▲원전분야 광범위한 협력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지 ▲2050 탄소중립 달성 협력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 체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재정기여 증대 등에 합의했다.
특히 양 정상은 원전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올해 11월에 체결된 '한-영 원전협력 MOU'에 기반해 핵연료 공급망 강화, 비확산, 양국 및 제3시장 내 대형원전 및 소형모듈 원자로 공동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문화·인적 교류도 확대한다. 청년 간 교류와 유대를 강화하기로 하고 2024년 한영 워킹홀리데이 연령 35세로 상향, 교류 인원 5배(5000명) 확대 등을 추진한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영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이는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 간 이뤄진 '다우닝가 합의'에 따른 것이다. 파트너십은 다우닝가 합의에서 양국의 국방·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이행 방안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회담에서 "양국은 대한민국과 영국이 직면하는 전 영역의 사이버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서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할 것"이라며 "사이버 영역에서 양국의 활기차고 현대적인 관계의 잠재력을 더욱 심화하며 실현하는 게 전략적 방향"이라고 밝혔다.
파트너십 문건에 따라 양국은 ▲사이버 생태계 및 복원력 강화 ▲공동의 국제 이익 증진 ▲악의적 사이버 위협의 탐지·와해 및 억지 등 3개 범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별도의 프레임워크를 두고 양자 이니셔티브도 지원할 방침이다.
양국은 2024년 2월 영국군 사이버협회가 주최하는 디펜스 사이버 마블3 훈련 및 9월 우리 국정원이 주최하는 사이버 공격방어대회 등을 포함한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대한민국과 영국이 개최하는 사이버 훈련에 적극 참가하기로 했다.
또한 북한의 악의적 사이버 역량 및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활동들을 차단하고 억지하기 위해 협력하며, 동시에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따르는 경제적·평판적 비용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자금창출 활동을 포함해 북한의 사이버공격 및 다른 불법적 사이버 작전에 합동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은 미국 주도의 기밀정보 공유 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역내 소다자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 국가들과 다면적 네트워크로 병행될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 내외와 함께 왕실 소장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11.22 photo@newspim.com |
◆ 한영 FTA 개선 협상 환영…기후변화 대응도 공조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그간 브렉시트, 팬데믹 등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도 한영 FTA를 통해 양국 경제협력이 견실하게 발전해 온 점을 평가하고, 이번 계기에 한영 FTA 개선 협상이 개시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한영 FTA 개선을 통해 디지털, 공급망, 에너지 등 새로운 분야의 통상규범 마련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고 양국이 전략적 통상 파트너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최근 지정학적 갈등,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인해 산업구조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영 반도체 협력 MOU 체결을 통해 양국 반도체 산업발전은 물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전환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양국 간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체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기여 등을 통해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공조하기로 했다.
또한 이번에 체결된 한영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양국이 함께 기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한 양국 정상은 한영 워킹홀리데이 약정 개정을 통해, 참가 연령이 상향되고 쿼터도 확대되는 만큼, 양국 미래 협력의 근간이 되는 청년들 간 상호 교류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140년 전 양국 간 외교관계의 문을 연 '조영 수호통상조약(1883)' 원본을 관람하면서 한영 양국 간 역사를 되짚어 보고, 그동안 양국이 정치, 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깊은 관계를 발전시켜 온 것을 평가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향후 양국 협력 관계를 더욱 심화‧발전시키자는 의지를 확인했다.
parksj@newspim.com